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건축 어렵게 하는 평형배정 무효 판결

법원이 연이어 ‘재건축 평형배정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전국 재건축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초 과천 주공3단지에 이어 7월 말에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2단지에도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무효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을 인정해 관리처분 무효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판결의 요지는 기존 소형 평형 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에 지나친 제약이 가해져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재건축 평형을 배정할 때 대형 아파트를 무조건 많은 평수를 가진 조합원에게 나눠주지 말고 전체 대지 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을 하면 기존 아파트는 멸실되고 대지만 남게 되므로 개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기존 아파트 평수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다. 지방법원의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되면 이미 관행에 따라 평형을 배정했던 재건축단지들은 새로 관리처분계획을 세워야 하므로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임대주택 의무비율이나 개발부담금 등을 새로 내거나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진행 중이던 중층 단지의 1대1 재건축도 평형배정을 새로 해야 하므로 사업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존 주택의 크기와 관계없이 평형을 배정하는 게 판례로 굳어지면 일부 재건축단지의 사업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잇따른 지방법원의 판결로 중대형과 소형 아파트 사이의 평당 가격 격차가 줄어드는 부수적 효과는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건축 사업을 하면 아무리 대지만 남는다 하더라도 기존 아파트의 등기 평수나 가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중대형 소유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양도소득세 등을 산정하며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권을 1가구2주택으로 인정할 뿐 아니라 분양권 자체가 기존 아파트 소유권에서 비롯된 만큼 단순히 집합적인 대지 지분만을 인정해 평형을 배정한다는 것은 비싼 돈 주고 큰 평수를 산 소유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셈이 된다. 사법부는 소수자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다수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