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쟁력 강화만이 살 길

중국이 죽의 장막을 열어젖히고 개혁개방에 나선 지 20년 만에 `세계의 공장`으로 일어섰다. 인천에서부터 해안선을 따라 시계반대방향으로 톈진ㆍ옌타이ㆍ칭다오ㆍ상하이ㆍ광저우에 이르기까지 신흥 산업ㆍ무역 중심도시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투자와 기술을 빨아들여 자국의 노동력과 결합, 연 8%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80년대 말 거품경제로 인한 10년 동안의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경기회복 기미가 확연하다. 일본은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주도권을 미국에 내줬지만 이제 다시 디지털 기술에서의 선두 지위 회복을 통해 쾌속성장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근래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를 재발견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청해진을 근거지로 당나라와 일본을 연결하며 해상무역으로 동북아를 제패했던 장보고에게서 동북아 급성장 시대의 한국의 비전을 찾으려는 맥락이다. 동북아의 급속한 성장은 우리 사고틀의 전환을 요구한다. 이미 한국은 자족해서 살아가는 고립국가가 아니다. 마지못해 개방하는 수동적 사고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산업도시들을 연결하는 해안선을 우리의 내해(內海)로 간주하고 우리의 비즈니스 무대로 생각하는 주도적 사고가 절실하다. 정부는 동북아 허브 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운다. 좋은 목표다. 그러나 문제는 허브 국가는 우리가 내세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나라와 기업들이 인정하고 이용해줘야 하는데 그 방법이 문제인 것이다. 전투적이고 경직된 노동시장,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과도한 규제 등 문제점은 이미 숱하게 지적됐는데도 크게 개선조짐이 없다는 데서 우리의 비전은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또 정부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목표로 내세운다. 역시 문제는 `누가,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다. 한국경제의 강점은 정보통신 등 일부 경쟁력을 갖춘 산업화 라인이 있고, 소비자 반응이 빠른 테스트시장이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삼성 같은 1등 기업이 10개가 못되는 지금도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머물고 있는데 세계적인 1등 기업이 20개가 된다면 2만달러, 30개가 되면 3만달러가 될 수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국내외 치열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단 하나도 체결하지 못하는 이러한 조정력과 지도력으로 국내외 경쟁환경을 어떻게 헤쳐가겠다는 것인가. 주도적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우리가 취해야 할 산업정책 노선이다. 열강각축의 시대에 주도적 개방을 통한 성장의 기회를 놓쳐 속국으로 전락한 구한 말의 실패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원희룡 국회의원(한나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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