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디지털 개인정보 관리법


페이스북의 버그(bugㆍ오류)로 60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며칠 뒤, 국내 한 은행이 개인정보 1만건을 고물상에 팔아넘겼다는 웃지 못할 뉴스가 들렸다.

기업들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기업과 개인의 정보보호 인식 수준과 실천 의지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ㆍ블로그 등에 자신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거리낌 없이 공개한다. 일부 청소년들은 근육을 자랑한다는 이유로 나체에 가까운 사진을 올려놓기도 하고 술 마시는 사진에서 샤워하는 사진까지 자신의 사생활을 아낌없이, 남김없이 인터넷에 올린다.

한편에서는 이런 대범한(?) 행동이 '사이버공간에서 디지털 정체성을 표현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맺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불필요하고 과도한 개인정보를 노출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호주의 한 10대 여학생이 유튜브에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동영상을 올렸다가 악플에 시달려 2개월 만에 유튜브를 떠났다. 그러나 그녀의 일상은 이미 만인의 공유물이 돼 사생활이 노출되고 처절하게 발가벗겨진 뒤였다. 각종 게시판이나 사이트에 의견을 올리거나 인터넷 쇼핑의 사용후기 등 아무 생각 없이 남기는 글이나 생각이 때로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디지털 흔적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의 디지털 정체성이 아니라 당신 그 자체를 유추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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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죽음(The end of privacy)'의 저자 렉 휘태커 요크대 교수는 그의 책에서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생활의 종말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정보화 사회가 가져다준 새로운 감시체계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상실되고 개인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것을 개인의 실종, 사생활의 종말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우리는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인터넷에서 통제하지 않을 경우, 인생의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구글 검색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과거 사진과 텍스트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대학입학이나 취직이 어려워질 수도 있고 잘못 올린 사진 하나로 파혼을 당할 수도 있다. 때로는 죽을 때까지 난처한 변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보유출로 파생된 범죄도 자주 발생한다. 명의도용ㆍ절도ㆍ살인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지존파 살인사건도 알고 보면 빼돌린 백화점 고객정보를 이용해 살해 대상을 물색한, 일종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살인사건이었다. 그밖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청부살인이나 스토커 살인까지 모두 개인정보 수집 및 노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통제하지 못하면 그 누군가가 그것을 통제할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삶까지 통제할지 모른다. 이제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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