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실종된 금융산업] 허약한 지배구조 리스크에 금융사는 눈치보며 정중동

신한·하나·KB지주 등 새로운 발전방안 마련은 우선순위서 뒤로 밀려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지주사 회장은 천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대통령과 가까워 당국조차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세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LA한미은행 인수를 추진하거나 KB가 ING생명 등 잇달아 몸집 불리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지주사들은 너무나 조용하다.


금융지주의 회장이 모두 바뀐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금융회사들의 미래성장 방안이나 두드러지는 조직혁신을 찾아볼 수 없다. 저금리ㆍ저성장 기조를 감안하면 한시라도 빨리 체질개선을 하고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이 같은 움직임이 안 보인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요즘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행사나 다니는 정도이고 눈에 띄는 조직개선안 등이 나오지 않는다"며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이나 어윤대 KB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등은 여건이 어려운 점을 무릅쓰고 구조조정과 조직혁신,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이 이렇게 정중동하고 있는 데는 지배구조 리스크 등의 문제로 당국과 외부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당장 신한만 해도 한동우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신한의 경우 전직 OB들이 회장선출 과정에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있어 새로운 발전방안을 세우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느낌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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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도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2015년 3월로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외환은행 문제가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어 내부적으로 자리를 굳건히 하는 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KB는 겉으로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리테일금융을 강화한다는 원칙론 이외에 눈에 띄는 정책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우투증권 인수와 사옥마련을 큰 틀로 잡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KB의 시가총액이 신한에 이어 하나에도 뒤처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보다 혁신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갈지자 정책과 외풍에 시달릴 정도로 허약해진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가 이런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전망을 하기도 어렵고 경영방향을 세우기도 어렵다"며 "당국이 금융 비전을 만들어 금융사들의 수익제고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측가능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정책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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