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장르포] "누굴 찍어얄지 모르겠심더"

선거 막판 불구 부동층 늘어 "아무래도 부산 사람을 찍어야재" "민주당을 어떻게 찍겠어예" "내사마 모르겠심더" 부산시 동구 범일동의 낙지골목. 조방낙지의 고향인 이 골목은 요즘 매일 밤마다 선거얘기로 꽃이 핀다. 한 잔의 소주와 입 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 낙지를 찾아 이 골목을 찾은 애주가들에겐 공짜 안주거리로 '이회창' '노무현'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이 골목에서 23년째 낙지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순덕 아지매(51)는 "선거때만되면 술자리가 왁자지껄 시끄러워지곤 하지만 요즘처럼 정신이 없는 때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님들끼리 심한 말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말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는 이회창파와 노무현파가 뒤섞여 있기 때문. 이 와중에 어느 후보를 택해야 할 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5년전에는 안 그랬어요. 열이면 거의 모두가 이인제를 찍겠다고 얘기했죠" 개인택시를 하는 한봉수씨(64)는 손님들이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이'와 '노'가 50대50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을 확신할 수 없지만 선거일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산.경남(PK)지역의 표심이 갈 길을 못찾은 채 방황이 더 심해진 듯하다. 두 후보가 최대의 전력을 투입하고 있는 이 지역은 여론조사결과 부동층이 30%내외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의 이른바 '노.정 공조'와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한.자 공조'가 가시화된 지난주말부터 더욱 선명해졌다. 겉으로 보기에 태화강 만큼이나 평온한 울산지역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울산시에서 가전제품 대리점을 하고 있는 김태성씨(47)는 "노.정공조가 됐다니까 솔직히 마음이 흔들린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PK지역의 표심은 19일 개표결과를 지켜보는 두 후보의 피를 말려버리려 작정한 듯 싶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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