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한 새로운 형태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은 이러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면서도 경기부양 효과를 내는 방식을 찾으려는 FRB 고심의 산물이다.
벤 버냉키(사진) FRB 의장은 지난 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었던 통화정책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 이하에 머물고 실업률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정책을 취할 것"이라며 "우리는 실탄이 떨어졌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실탄이 달러를 찍어 모기지 채권 및 국채를 매입하면서 같은 수준의 단기자금을 조달해 전체통화 팽창 압력을 차단하는 새로운 불태화(sterilized) 형태의 양적완화인 셈이다.
그러나 WSJ의 보도로 이 방식이 알려지자마자 정책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장기 국채 매입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단기금리 상승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경기부양과 통화긴축 수단을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시장에 상충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마이클 클로허티 RBC캐피털 마켓 수석 전략가는 "최악의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은 그대로 둔 채 단기금리만 끌어올릴 수도 있어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단기자금 시장인 2조달러에 달하는 리포(repo) 마켓에서 금리는 이미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따라 0.27%로 FRB의 기준금리 0~0.25%를 초과했다. 새로운 방식의 양적완화까지 더해진다면 단기 금리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양적완화 조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임으로써 원자재 가격과 주가를 높이는 한편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며 "인플레이션을 제한하는 방식의 자산매입은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페롤리는 "FRB가 시중자금을 흡수할 때 사용하는 수단과 자산매입을 병행할 경우 시장에 상충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FRB가 새 방식을 검토하더라도 당장 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WSJ는 오는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지만 당장 새로운 부양책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양적완화 시행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양적완화는 당장 실전 투입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국제유가 급등,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채무위기 심화 등으로 미국경기가 급격히 하강할 때를 대비한 카드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