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미] "80년대 일본 경제실패 교훈 삼자"

미국 중앙은행과 학계가 지난 80년대말 일본경제 거품 붕괴 과정에서 금융정책의 실패 요인을 면밀히 분석, 경제 연착륙을 위한 대응책을 찾고 있다.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달 28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하계연찬회에 야마구치 유타카 일본은행(BOJ) 부총재를 초청, 강연을 들었다. 그의 강연에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과 진 스펄링 백악관 경제담당 비서를 비롯 미 중앙은행과 정부, 학계의 많은 인사들이 참석, 경청했다. 야마구치 부총재는 80년대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과정을 설명하며, 당시 일본의 상황과 현재 미국 경제상황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80년대말 일본 경제는 5%의 고도 성장을 달성했고, 0%에 가까운 인플레이션과 저금리를 유지했다. 아무도 일본 경제의 번영이 끝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자, 자산 가치의 붕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미국 증시의 거품이 붕괴될 때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FRB가 실패할 경우 90년대의 일본처럼 엄청난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FRB와 미국 학계가 내린 결론은 인플레이션 요인이 나타나기 전에 금리인상을 단행,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부동산 과열이 없고, 은행의 부실 여신이 극히 적기 때문에 80년대말 일본 상황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증시 과열에 대해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에드워드 켈리 FRB 이사는 『70년대엔 유가, 80년대엔 달러 강세, 지금은 주가 상승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뉴욕대의 마크 거틀러, 프린스턴대의 벤 버냉크 교수는 일본식 거품 붕괴를 막으려면 FRB의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FRB가 2% 정도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정해놓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경우 즉각 금리를 인상하되, 금융시장 붕괴시 금리를 낮출 것을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의 뱅커들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야마구치 부총재는 『고도 성장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일정한 시차가 있다』며 『일본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후 금리를 인상, 자산가치 붕괴의 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FRB 강경론자들은 금리 인상에 우물쭈물하다간 버블 붕괴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도 증시 과열을 금융정책 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경고, 증시 붕괴를 걱정했다. 뉴욕증시 다우존스 지수는 그린스펀 발언을 전후해 4일째 하락, 31일에도 84.85 포인트(0.78%) 하락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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