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녹물 나와도 리모델링은 꿈도 못꿔요"

부동산 '낡은 법'이 시장활성화 막는다<br>분당등 1기 신도시 2030년 돼야 재건축 가능<br>양도세 비과세 요건은 거래 활성화 발목잡아<br>전세난 불구 임대차보호법도 21년째 그대로




"배수관이 녹슬어 수돗물 대신 녹물이 나오고 열효율이 떨어지다 보니 난방비만 늘어나고 있습니다."(분당 신도시 거주민) 분당을 비롯한 일산ㆍ평촌ㆍ산본ㆍ중동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는 바둑판처럼 잘 정비된 도로망에 편리한 기반시설을 갖췄지만 지난 1990년대 초반 입주한 아파트들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주거여건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재건축을 하려면 준공 40년 후인 오는 2030년대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도시를 재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리모델링'밖에 없지만 현재로서는 사업성이 신통치 않다. 현행법상 리모델링은 수직증축이 안 돼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일반분양 물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부담금이 1억~2억원에 달하는데 중산층 거주지에서도 이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 리모델링 관련 건축 및 주택법 규제완화가 논의됐지만 정부는 아직까지도 법 개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당초 올해 9월까지 리모델링 법 개정에 관한 용역을 마치고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취소됐고 앞으로의 일정도 감감무소식이다. 국회에서는 최규성 민주당 의원이 리모델링시 가구 수와 증축 허용면적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 상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와의 교감 없이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도권 1기 신도시의 발목을 잡는 '낡은 법'은 리모델링 규제뿐만이 아니다.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3년 보유 2년 거주'로 규정한 세법은 8년째 그대로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는 당초 1주택자로 3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 혜택을 주는 것이었으나 2003년 서울ㆍ과천 및 1기 신도시 등 7개 지역에 거주요건 2년이 추가됐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장성수 박사는 "당시로서는 급등했던 1기 신도시 지역의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규제였지만 현재는 시장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과 과천은 아직도 재건축이나 정책 변수에 따라 주택가격 급락이 반복되고 있지만 1기 신도시의 경우 2006년을 정점으로 이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오히려 양도세 규제에 묶여 가뜩이나 침체된 시장에서 거래만 힘들어진 상황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이 역시 20년이 넘도록 법의 핵심 내용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1989년 5월 주택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그해 12월30일 통과됐다. 이후 짝수해마다 전세난이 반복되며 전세기간을 연장하거나 전ㆍ월세 보증금상한제를 도입하자는 등의 다양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정부는 논의 자체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최근 2~3년 내 새로 만들어진 법 가운데서도 불합리한 법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보금자리주택 전매제한이다. 정부는 서울 강남ㆍ서초지구 등에서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하면서 과도한 시세차익이 우려되자 '그린벨트를 50% 이상 해제해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의 전매제한을 7~10년으로 한다'는 법을 추가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서울 근교 입지가 좋은 신규 보금자리주택지구뿐 아니라 고양 삼송, 남양주 별내 등 기존에 그린벨트를 해제해 사업을 진행하던 지역까지 졸지에 전매제한 기간이 3~5년에서 7~10년으로 늘어났다. 입지와 분양가는 그대로인데 사업성만 나빠진 것이다. 2009년 정부가 도입한 청약종합저축을 통한 청약제도 역시 벌써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과 공공을 모두 아우르는 통장을 만들다 보니 사업자들은 수요예측 자체가 어렵고 막연히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대기수요만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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