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긋나고 불완전한 인생담

'그 여자의 침대' 박현욱 지음, 문학동네 펴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원작 소설을 쓴 박현욱이 처음으로 소설집을 냈다. ‘아내가 결혼했다’에 비하면 발칙하거나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흐르는 정서는 전작과 비슷하다. 어긋나거나 불완전한 애정관계를 다양한 상징물을 통해 유쾌하게 담아냈다. 표제작인 ‘그 여자의 침대’는 침대의 크기에 집착하는 ‘돌싱녀(돌아온 싱글녀)’의 이야기다. 낡은 철제 침대를 버리고 새 침대를 구매할 계획을 세운 여자. 애인을 고려해 더블침대를 구입했지만 2인용 침대가 만든 여분의 공간은 그녀를 낯설게만 한다. 사실 그녀를 괴롭힌 건 20㎝의 물리적 차이가 아니라 더블침대가 연상시키는 결혼 생활의 쓰라린 기억이었다. 감정 서술의 밀도가 특히 돋보인다. ‘벽’에서는 소외와 상처의 상징물로 베토벤 교향곡 9번이 등장한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과시했던 저자의 축구에 대한 박식함이 클래식으로 옮겨갔다. ‘토스카니니의 (베토벤 교향곡) 9번이야말로 진정한 9번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들어보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구할 수 없었다… 그 동안 다운받은 9번 중에는 토스카니니 뿐 아니라 푸르트벵글러나 번스타인, 쿠벨리크 등 거장이 명반들이 수두룩하다.(59쪽)’ ‘벽’은 장남과 여동생, 막내 사이에서 옷은 늘 물려받고 돌사진도 없는 등 홀대 받았던 차남의 소외감을 클래식 음악처럼 리듬감 있게 그려냈다. 그 밖에 ‘생명의 전화’는 고립감으로 인해 몸이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이무기’는 프로 바둑 기사 지망생의 좌절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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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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