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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 고민

김광현 '포스팅 최고 응찰액' 예측한 1000만달러 보다 훨씬 적어

SK, 임원·실무진 회의만 거듭… 김광현도 수용해달라 요구 못해

2년 뒤 FA로 메이저리그 재도전… 자존심 접고 당장 진출 선택 기로

/=연합뉴스

몸값을 낮춰서라도 당장 진출하느냐, 2년 뒤 더 당당하게 입성하느냐.


프로야구 SK의 왼손투수 김광현(26)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김광현에 대한 포스팅 결과를 전달받고 이를 소속 구단 SK에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SK는 포스팅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SK는 앞서 "합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메이저리그 진출에 동의한다. 최고 응찰액은 바로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액수를 확인하고는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을 두고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는 말과 함께 임원·실무진 회의만 거듭했다. 김광현도 자신의 몸값을 전해 들었으나 수용해달라고 SK에 선뜻 요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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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시스템은 국내프로야구에서 7년을 뛰고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선수들이 거쳐야 하는 제도다. 야구규약에 따르면 9년을 뛴 선수는 곧바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어느 구단과도 입단 계약을 할 수 있지만 7년만 뛴 선수는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야 해외로 나갈 수 있다. 한국 선수 영입을 원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비공개 입찰을 통해 교섭권을 얻는 제도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수가 시장에 나왔음을 전체 30개 구단에 공시한 뒤 최고 응찰액을 써낸 구단을 4일 안에 KBO로 통보한다. 응찰액은 선수를 데려가는 구단이 원소속 구단에 지불하는 돈으로 축구의 이적료라고 보면 된다. KBO는 선수가 속한 국내 구단이 이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다시 4일 안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알려줘야 한다. 수용하면 선수는 최고 응찰액을 제출한 메이저리그 구단과 한 달 기한의 연봉 협상에 들어간다. 수용하지 않으면 선수는 해외 진출을 2년 뒤로 미루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김광현에 대한 최고 응찰액은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계 안팎에서 1,000만달러 수준을 예측했으나 이 금액과 차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5일까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답변을 보내야 하는 KBO는 수용 여부를 14일 오후6시까지 결정하라고 SK에 통보했다. 자존심을 생각한다면 김광현은 2년 뒤 FA 신분으로 재도전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이 최고 몸 상태임을 김광현 본인도 잘 알고 있다. 때를 놓치면 도전의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2010년 17승7패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한 뒤 어깨 부상 등으로 3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김광현은 올해 13승9패 평균자책점 3.42로 부활했다. 평균자책점 2위에다 데뷔 후 두 번째로 많은 173⅔이닝을 던졌다. 지난달 말 기자회견까지 열어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식 선언한 터라 2~3주 만에 판을 접는 것도 꺼림칙하다. 김광현은 기자회견 당시 "나를 원하는 팀이라면 선발이든 중간이든 보직에 상관없이 죽을힘을 다해 던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팅시스템의 최고 응찰액을 보면 메이저리그가 한국프로야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98년 이상훈과 2002년 임창용은 각각 60만·65만달러의 최고 응찰액에 자존심만 상했고 2002년 진필중이 받아든 응찰액은 2만5,000달러였다. 물론 소속 구단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정당한 대우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는 2006·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연속 4강 진출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으로 경쟁력을 확인시켰고 임창용과 진필중의 '굴욕' 이후 10년 만인 2012년 류현진이 2,573만달러의 이적료로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어깨를 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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