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는 지난 1월 사회복지ㆍ문화ㆍ예술ㆍ종교ㆍ국제구호단체 등에 낸 지정기부금을 보장성 보험료, 신용카드 사용액, 의료비ㆍ교육비ㆍ주택자금 등과 묶어 총 2,5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세법을 고쳐 고소득층 기부자의 세금감면 혜택을 줄였다. 내년부터는 세액공제(공제율 15%) 대상으로 바꿔 연소득이 약 6,000만원(과표 4,600만원)을 넘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기부금에 대해서도 세금감면을 줄일 방침이다.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은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공약 재원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정부 계획이 시행되면 세액공제율보다 높은 24~38%의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중상위 이상 소득자 가운데 98만여명의 세금부담이 무거워진다. 연소득 6,000만~8,000만원인 근로자가 189만원의 지정기부금을 내면 종전보다 17만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고 한다.
이런 정책은 기부금을 많이 내는 중산층과 고소득층에게 세금폭탄을 퍼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수(稅收)는 늘겠지만 기부문화가 위축돼 소외계층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안 된다. 개인기부 활성화를 위해 지정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높여온 정부의 기존 정책과도 배치된다. 기부금 관련 세금을 대폭 깎아줘 납세자들의 기부의욕을 고취하는 선진국들의 정책과도 정반대다. 일찌감치 기부금 세액공제를 도입한 프랑스의 세액공제율은 66%(연소득의 20% 한도)로 우리가 내년에 적용하려는 공제율의 4배를 웃돈다.
기부할수록 세금이 늘어난다면 중산층 이상의 기부문화는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버릴 수 있다. 정부는 이들의 손톱 밑에 세금 가시를 박고 사회복지단체 등을 향한 온정의 손길을 비틀어선 안 된다. 세액공제율을 2단계로 두든 소득공제를 유지하든 보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