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에너지 신 냉전시대] 1부.격화되는 패권다툼 <3> OPEC의 몸부림

공급국 늘며 '카르텔 파워' 흔들… "OPEC시대 끝나는건 시간문제"

정정불안에 재정지출 늘어 증산 불가피한데도

"생산량 동결로 가격 하락 막자" 내부단속 힘써

수입국 대체에너지 개발 등도 영향력 약화시켜


3차 중동전쟁이 벌어지던 1973년 10월1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대표들이 쿠웨이트에 모였다. 미국이 은밀하게 이스라엘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OPEC 대표들은 원유가격을 배럴당 2.9달러에서 5.11달러로 전격 인상한 데 이어 이스라엘 철수 등이 관철될 때까지 매달 원유 생산량을 5%씩 줄이겠다고 발표한다. 원유가격은 순식간에 4배나 급등했고 1974년 원유는 배럴당 11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경제는 휘청댔다. 1차 오일쇼크다.

1960년 창설 이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던 OPEC은 1차 오일쇼크 이후 산유국 카르텔을 무기로 힘을 과시한다. OPEC은 이후 1978년 2차 오일쇼크 등 '원유 생산량과 가격'을 조정하면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해왔다. OPEC의 카르텔이 공인된 이유는 '원유의 달러화 결제'라는 미국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기 때문. 미국과 OPEC의 정치·경제적인 딜을 통해 미국은 달러화를 기축통화의 반열에 올려놓게 됐고 OPEC은 공개적으로 원유가격을 담합할 수 있었다. 어찌 됐건 이후 세계의 주요 원유 소비국은 1년에 두 차례 진행되는 OPEC의 생산량 결정회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OPEC의 힘은 그렇게 영원불변할 것처럼 보였다. 석유가 고갈되지 않는 한….


◇1970~1980년대가 정점?…'분열 막으려 고군분투'=OPEC은 지난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 석유장관' 회의를 열어 올해 하반기 석유 생산량 한도를 현재 수준(하루 3,000만배럴)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OPEC 12개 회원국은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10달러 수준인 현재의 석유가격이 OPEC이 희망하는 100달러 이상이어서 만족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외견상 이날 회의에서 OPEC은 만족할 만한 결론을 도출한 것처럼 보인다. 증산 요구를 차단한 것은 성과다. 비산유국은 OPEC 회의를 앞두고 지금 유가가 너무 높다며 OPEC에 생산량을 늘려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OPEC은 "증산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계 원유 시장의 79%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OPEC의 힘은 아직은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편하다. 미국은 현재 하루 740만배럴 규모의 셰일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생산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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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OPEC 내부에서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장기적으로 국제유가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다. 일부 산유국은 이에 대응, 생산량을 줄여 가격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에자니 엘리슨 마두케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거의 모든 아프리카 국가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수출을 계속 늘려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물론 결론은 동결. 에너지전문가들은 OPEC 국가가 공동의 목적을 위해 분열된 양상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기 때문으로 평가했다.

◇무너지는 OPEC의 카르텔…4중 압박에 시달려=균열을 봉합하면서 OPEC의 영향력은 유지되고 있지만 점차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크게 네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OPEC 이외의 산유국에서 원유 생산이 날로 늘고 있다. 2012년 비 OPEC 국가의 석유공급 비중은 59.4%. 이는 올해 60.8%로 늘어나고 2018년에는 61.3%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OPEC의 석유 공급 비중이 줄어든다는 의미인데 세계가 OPEC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중동·북아프리카 사회의 격동과 종파 분쟁도 원인이다.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이후 산유 국가의 정부는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재정 지출을 감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1년 3월1일 예정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분노의 날')를 앞두고 무려 1,300억달러에 달하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모든 노동자에 대한 2개월치 급여, 실업자에 대한 1개월치 급여 지급, 6만명의 국방인력 증권, 50만호 주택 건설 등이 포함됐다. 막대한 재정 투입을 통해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것인데 결국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원유를 생산해야 한다. 급기야 OPEC은 2011년 6월 총회에서 생산 한도 합의에 실패했고 12월에는 생산량을 하루에 300만배럴을 더 늘리는 쪽으로 합의한다.

이라크나 이란 등이 유전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 역시 OPEC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있다. 프레이덤 페스하라키 팩츠글로벌에너지 회장은 "OPEC을 위한 시대는 지나갔다"며 "공급원이 다양해진 현재 (OPEC의 시대가 끝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석유 무기화의 부메랑이다. 원유 수입국은 비축 물량을 늘려 단기적 충격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대체 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도 늘려나갔다. 원유 가격 상승은 새로운 경쟁자를 등장시켰다. 베네수엘라·멕시코·나이지리아 등이 원유 생산량을 늘렸고 북해와 알래스카의 원유도 새로 개발됐다. 에너지 무기화가 몰고온 부작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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