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진정한 자신의 가치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벚꽃이 피어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어느덧 먼발치 산과 들에 푸르름이 가득하다. 아침 일찍 사무실에 들어와 여느 때처럼 이메일을 확인하는데 정겨운 이름 하나가 있었다. 소식이 뜸하던 막역한 친구가 이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내용인즉 다음과 같다. 어느 교수가 강의를 하다가 10만원짜리 수표를 꺼내 들고는 “이거 가질 사람?”이라고 묻자 모든 학생들이 앞 다퉈 손을 들었다. 그걸 본 교수는 갑자기 주먹을 꽉 쥐어 지폐를 구기더니 다시 “이거 가질 사람?”이라고 물었다. 또다시 모든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이번에는 바닥에 팽개치고 신발로 밟았다. 수표는 구겨지고 신발자국이 묻어서 더러워졌다. 교수는 손으로 만지기조차 싫다는 표정을 짓고 발로 툭 수표를 차면서 다시 물었다. “이래도 가질 사람?”하자 여전히 모든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모습을 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구겨지고 더러워진 10만원짜리 수표일지라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나’라는 가치도 마찬가지다. 구겨지고 더러워진 ‘나’일지라도 그것의 가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것이다. 실패 끝에 사회의 바닥으로 추락하더라도 좌절은 금물이다. 여러분 자신의 가치는 어느 누구의 그것보다 소중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8%를 웃도는 청년실업, 사회 부조리,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자살ㆍ강도ㆍ살인 등 반인륜적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며 ‘나’라는 존재를 함께 만들고 공유해온 가족과 친지의 가치를 제대로 찾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소중한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가치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변하지 않는 것들의 가치는 소중하다. 정보화 사회가 열리고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한다고 해도 ‘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성숙한 사회라면 현대 사회의 병리현상은 어려움 없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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