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불황을 이기는 힘 R&D] <3> 산업강국 기반 닦는 정유화학

원유서 소재·에너지까지… 혁신기술로 수출 효자 굳힌다<br>LG화학·롯데케미칼 등 연구인력·개발비 확 늘려 첨단 전자 부품소재 양산<br>친환경 자동차 배터리 태양광·바이오 부탄 등 차세대 연료개발도 지속


최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 투명한 외관의 현대자동차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전시됐다. 자동차 사업과는 거리가 먼 LG그룹 사옥에 현대 하이드브리드차가 등장한 것은 내부에 장착된 배터리가 LG화학 제품이기 때문이다. 전자산업 소재 분야에 특화돼 있던 LG화학이 연구개발(R&D)을 통해 자동차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전시인 셈이다.

전통적 시설 중심 산업이었던 석유화학 업계에도 R&D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시설경쟁, 자본투입 경쟁만으로는 기존 선진업체는 물론 급부상하는 중국 업체의 도전에 맞서기에 역부족인 만큼 국내 정유ㆍ석유화학 업체들은 R&D를 통해 사업 분야 및 제품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정유화학 업계 R&D 토양 넓어졌다=정유화학은 원유를 탐사ㆍ개발하는 단계부터 정제한 뒤 가스ㆍ휘발유ㆍ등유 등 '기름'을 만드는 단계, 나프타로 불리는 화학공정의 원재료를 만드는 단계까지 다양하다. 물론 나프타 등을 원료로 실제 합성섬유ㆍ플라스틱ㆍ첨단소재 등 화학제품을 만드는 후속과정(다운스트림)도 모두 정유화학 분야에 속한다. 석유화학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지난 1990년대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로 극적 발전기를 맞았으며 이후 2000년대 들어서도 설비확장을 통해 순수출시대를 열었다"며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SK이노베이션ㆍGS칼텍스ㆍ에쓰오일ㆍ현대오일뱅크 같은 전통적 정유업체들도 모두 기술기반 화학제품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이나 롯데케미칼 등과 같은 다운스트림 석유화학 업체들과 함께 R&D 경쟁을 벌이게 된 셈이다.

특히 선두권 업체들의 R&D 기능 확장세는 가파르다. 대덕에 있는 LG화학 기술연구원은 2003년 10개 동에서 지난해 말 기준 13개 동으로 덩치가 커졌다. 올해 말에는 여기에 2개 동이 추가된다. 연구인력은 2003년 2월 약 700여명에서 올 2월 현재 1,600여명으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롯데케미칼 역시 연구개발 인력이 2003년 이후 10년간 3배 늘고 연구개발비는 5배 증가했다. 연구소도 현재 규모보다 2배 이상 늘리는 증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자코리아ㆍ자동차코리아도 정유화학이 이끈다=정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 R&D의 핵심 방향은 단연 친환경과 첨단기술"이라며 "특히 과거와 달리 전자 및 자동차 산업의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화학업체들도 이에 필요한 화학 부품소재를 기존 일본산에서 빠르게 대체해나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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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배터리 서산공장을 가동하며 친환경 자동차 분야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해외 배터리 업체 콘티넨탈과의 합작법인인 'SK-콘티넨탈 이모션'을 최근 설립하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대전에 설립한 배터리연구동을 찾아 "소재 셀 팩 배터리관리 시스템(BMS) 등 배터리 기술 전반에 걸쳐 세계 최강의 요람이 되도록 모두 힘을 합쳐 일하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동차 외에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편광판 광학필름(TAC)의 상업생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신기술도 지식경제부 신기술(NET) 인증을 받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한화케미칼도 석유화학 분야에서 전선용 복합수지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체에너지 500㎸급 초고압 전선피복 개발에 나서고 있다. 태양광 분야에서도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태양전지 표면을 인공적으로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빛의 반사를 최소화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내 효율 21% 이상의 후면전극형 태양전지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LG화학 역시 2003년부터 본격화한 리튬폴리머 전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LG화학은 쉐보레 전기차 볼트에 들어간 16kWh보다 세 배 큰 용량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3분의1 수준으로 저렴한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개발에 성공하면 약 60㎞ 안팎의 주행거리도 세 배로 늘게 된다.

GS칼텍스는 차세대 연료인 바이오부탄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은 차세대 바이오에너지 가운데 하나로 바이오디젤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부식성이 있는 바이오에탄올보다 활용성이 높다. GS칼텍스는 2007년 자체 연구를 시작한 후 현재까지 4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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