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기둔화 우려보다 물가안정이 급했다

유가·환율·유동성등도 부정적…정부 압박불구 불가피한 선택<br>"5월은 적당한 때 아니다" 여차하면 '인하 카드' 꺼낼듯

결국 예상대로 금리가 동결됐다. 소비자물가가 4.1%를 기록했고 국제유가가 123달러를 넘어섰으며 환율도 폭등하는 등 구조적으로 경기진작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5월은 적당한 때가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은 여차하면 금리인하 카드를 빼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리 9개월째 동결=한은 금통위는 8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5.00% 수준으로 동결했다.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째다. 금리 동결은 금통위를 앞두고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물가ㆍ유가ㆍ환율ㆍ유동성 등 주요 변수가 모두 금리인하에 부정적으로 움직였기 때문. 우선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급등하는 등 물가가 한은의 목표치 상단을 5개월째 벗어나고 있는 점이 동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이 총재는 “물가 전망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3ㆍ4분기에도 목표범위 내 진입이 가능한지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또 국제유가가 배럴당 123달러를 돌파하는 등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원ㆍ달러 환율도 1,050원에 근접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각종 유동성 지표도 5년여 만에 최고치로 솟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정부가 압박을 가해도 금리동결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물가와 함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도 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내수증가율이 낮아지면서 경기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전달에 “경기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표현에서 좀더 나아가 경기상승세의 둔화를 분명히 한 것이다. 금통위는 이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미국의 경기부진 등으로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리인하 가능성 열어둬=이 총재가 유독 물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자 시장에선 금리가 급등하는 등 당분간 금리인하가 물건너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의 발언을 찬찬히 살펴보면 여전히 금리인하 가능성은 살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총재는 기자회견 말미에 “유가 등 변수들이 현 수준을 유지하면 앞으로도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정색을 하며 “이번 동결을 오는 6월 이후 동결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결정한 것은 4월도 때가 아니고 5월도 적당한 때가 아니다”라며 “다음달에 가서 다른 결정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금리동결은 5월에 국한된 것이지 결코 6월에도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이번이 때가 아니다”라는 발언은 듣기에 따라 금리인하 카드를 준비하고 있으며 여차하면 빼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상황은 금통위 분위기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이번 금리결정에 처음으로 참석한 신임 금통위원들과 기존 금통위원 사이에서 금리동결과 관련해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변수들이 우호적이지 못해 금리동결로 결정됐지만 다음달에 상황이 약간만 나아진다면 친정부 성향의 금통위원들의 금리인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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