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사라지는 샐러리맨의 꿈

'0.036%'. 마치 복권에 당첨될 확률과도 같은 희박한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서 30대 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평사원이 사장에 오를 확률이다. 평사원 1만명 가운데 사장이 될 수 있는 사람은 4명도 채 안 되는 셈이다. 한국 사람이 평생 철도사고로 사망할 확률이나 추락하는 인공위성에 맞을 확률도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월급쟁이 사원이 최고경영자(CEO)의 자리까지 올라가기란 그만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뜻이다.

하물며 월급쟁이 출신의 샐러리맨이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회사를 세우고 굴지의 대기업으로 키워내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의 범주에 속하는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불가능처럼 보였던 일들을 하나둘 현실로 만들어낸 이들이 있었고 우리는 이들을 '샐러리맨 신화'라고 불렀다. '샐러리맨 신화'의 원조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강덕수 STX 회장, 윤석금 웅진 회장, 박병엽 팬택 부회장 등 샐러리맨 출신의 기업인들이 맨손으로 새로운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신화는 없다"고 말하는 직장인들의 절망 어린 한탄이 많다. 외판원 출신으로 출발해 15개 계열사를 거느린 웅진그룹을 일궈낸 윤석금 회장과 평사원으로 시작한 뒤 전 재산을 털어 쌍용중공업을 인수, 재계 서열 13위의 STX그룹으로 키워낸 강덕수 회장 모두 유동성 위기를 못 넘기고 무대 밖으로 물러나고 생겨난 현상이다. 여기에 자본금 4,000만원으로 창업한 회사를 국내 굴지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만든 박병엽 부회장마저 최근 사임하면서 '샐러리맨 신화의 종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샐러리맨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무기로 창업해 성공한 기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회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또 이러한 창업문화는 새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근간이기도 하다. 오늘날 미국 실리콘밸리를 만든 원동력 역시 평사원으로 일하며 발굴한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서는 젊은이들의 열정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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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샐러리맨 신화의 불씨를 다시 지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패를 무릅쓰고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창업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기업가들을 존중하지 않는 최근 우리 사회의 그릇된 시선 역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나도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라는 샐러리맨들의 희망이 다시 싹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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