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페일린이 장악했지만 여론은 노련한 바이든의 손을 들어줬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새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2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대학 체육관에서 TV토론을 갖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PBS방송의 흑인 여성 앵커인 그웬 아이필의 사회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부통령 후보 간 TV토론은 단 한 차례만 열리는데다 페일린 후보를 검증하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유권자들의 기대를 모아왔다. 남녀 부통령 후보 간 토론회가 열린 것은 지난 1984년 제럴딘 페라로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대결 이후 두번째다.
페일린 후보는 이날 토론회 무대에 오르자마자 정치경력으로 대선배인 바이든 후보에게 “‘조’라고 불러도 되겠느냐”며 당돌한 면모를 보였다. 이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감세정책을 “퇴행적인 경제정책”이라고 꼬집으며 “오바마 후보 측은 변화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과거를 과도하게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맹공을 퍼부었다.
바이든 후보는 페일린 후보의 공격에 대해 지나친 반격은 자제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성차별을 한다’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페일린보다는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 공격의 초점을 맞췄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8년간 집권한 결과가 지금의 금융위기”라며 “그런데도 매케인 후보는 미국 경제가 건실하다며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부통령 후보 토론무대에서 페일린의 인기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무대를 압도했다"면서 페일린은 대부분의 토론에서 바이든을 수세로 몰았을 뿐 아니라 오바마 후보를 반복적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인터넷판에서 "페일린은 이전까지의 TV인터뷰와 달리 TV토론에서 정확한 통계를 제시하고 외국 지도자 이름도 쉽게 대면서 모든 이슈에 거침이 없었다”며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것처럼 눈에 띄는 실수도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TV토론 이후 각 언론사들이 실시한 1차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우세를 보였다. 시청자들이 페일린의 패기보다 바이든의 노련함을 높이 샀다는 것. CBS가 실시한 조사에서 무소속 유권자 473명 중 46%는 바이든 후보가 토론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했으며 21%만이 페일린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나머지 33%는 무승부라고 답했다. CNN 조사에서도 조사 대상자의 84%가 당초 기대보다 페일린이 토론을 잘했다고 대답했지만 51%는 바이든 후보를, 36%는 페일린 후보를 승리자로 꼽았다.
한편 이날 페일린 후보는 토론 중간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세 차례나 언급하면서 ‘독재자’로 규정했다. 페일린 후보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쿠바의 카스트로 형제는 모두 위험한 독재자들”이라며 “이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후보는 소위 불량국가의 정상과 조건 없이 만난다고 한 적이 없다”며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