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참여정부 출범 100일] 부동산 정책

지난 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국민의 가장 큰 열망은 집 값 안정이었다. 서울 지역의 경우 2001년 12.9%의 상승률을 보이던 집 값은 2002년에는 무려 22.5%가 상승했다. 특히 강남은 27.4%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요원해졌던 것. 이 같은 현상은 새 정부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해 8ㆍ9대책, 9ㆍ4대책 이후 겨울철 비수기의 계절적 요인이 겹치면서 대체로 주택시장은 안정기조를 보였다. 서울은 ▲1월 0.7% ▲2월 0.4% ▲3월 0.7%선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집 값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것.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대전ㆍ충청도를 시작으로 집 값 상승열기가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안전진단 권한의 해당 자치구 이전 등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다시 집 값을 급등 시키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아파트 분양가 역시 26평형도 2,700만원 안팎에 책정되면서 분양가의 아파트 값 견인하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집 값 안정의 희망은 점차 깨지고 있는 상태로 돌아서고 있다. ◇집 값 상승, 정부가 방치했다= 집 값 혹은 부동산 투기붐은 정부가 방치한 측면도 없진 않다. 공약으로 내 세운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채 공론화 되기 전에 정부산하 연구기관에서 유력후보지가 거론됐다. 또 지난 해 이후 내세운 각 종 규제책 역시 시장의 내성만 키운 채 `정부가 가지고 있는 칼`을 무디게 만들었던 것. 오죽하면 시장은 "정부가 규제책을 내 놓으면 매수 타이밍"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오곤 했던 것이다. 특히 집 값 상승이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누구나 인정하는 저금리 였다. 현재 380조원, 지난해 300조원의 부동자금이 갈 곳이 없어 부동산으로 유입했다는 것..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금리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 준 게 문제였다. 지난 해 금리를 결정하는 주요 부처의 모든 고위 관료들은 금리상승의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는 잇단 발언을 하면서 금리를 통한 경기조절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결국 종합적이고 체계화 된 정책부실에 따른 정부의 자충수가 부동산의 거품을 더 크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의 각 종 개발 정책은 투기 붐을 더욱 부채질 했다. 서울 특히 강남권에 집중하는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강남대체 신도시`혹은 `자족기능을 갖춘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책방향은 수립했다. 신도시 6곳 가량을 건설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시장은 당연, 유력 후보지를 찾아 돈이 몰릴 수밖에 없었고 예상후보지는 아파트는 물론, 땅 값까지 급등하는 홍역을 치뤘다. 하지만 결국 `강남 대체 신도시`는 사실상 무력화되고 자족기능을 갖춘 신도시 두 곳만이 발표됐던 것이다. 더구나 마치 부동산 안정을 위한 가장 큰 무기인양 휘두른 투기과열지구 지정,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투기지구 지정은 풍선효과를 유발, 수도권 곳곳에 돈이 몰리게 하는 부작용만 했다. 한 연구기관의 전문가는 "어느 시대건 부동산에는 투기성 자금이 몰려들지 않은 적이 없다"며 "문제는 정부가 그 투기성 자금을 얼마나 잘 차단하는가가 중요했다. 하지만 99년 부동산 규제를 대폭 풀었던 관료가 주축이 된 정부는 알면서도 방치한 성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제, 추가 대책 없어야= 지난 해 이후 너무 많은 대책이 발표되면서 전문가들도 헷갈린다. 너무 많은 대책이 남발됐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고충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주식시장은 살아나지 않고 수출은 줄고 있는데다 소비ㆍ투자심리까지 얼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설경기마저 위축될 경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지난 해 이후 개인의 부동산 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자칫 집 값 폭락에 따른 개인도산 속출의 가능성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건설교통부 고위관계자의 "집 값은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집 값이 경착륙 할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고민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는 너무 많은 대책을 내 세우면서 사실상 정책적 실기를 했다. 시장 안정을 위한 입질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5ㆍ23조치를 포함, 지난 해 1월 이후 12번의 시장 안정조치를 내놓았다. 특히 지난 해 8월 이후에는 `8ㆍ9조치` `9ㆍ4조치` `10ㆍ11조치`ㆍ`11ㆍ8조치`등 무려 10차례의 대책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시장은 마치 정부 정책을 놀리듯 한 달 잠복 후 다시 값이 뛰곤 했다. 시장 위축을 고려한 정부의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조치들이 시장의 내성만을 되려 키운 셈이다. 결국 `뒷 북 행정`의 비판에 몰린 정부는 재건축 후분양, 투기과열지구 대폭 확대, 투기과열지구내 주상복합아파트ㆍ일반아파트 분양권 전매 전면 제한 등의 고강도 조치를 내 놓을 수밖에 없게 된 것. ◇ 단타차단, 공급 늘려야= 부동산 연구기관 전문가는 "모든 대책의 방향은 공급은 늘리되 단기자금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코너에 몰린 정부가 공급이라는 측면은 다소 외면한 것"같다고 지적했다. 공급위축에 따른 집 값 급등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향후 공급 확대를 위한 체계적인 대책을 내 놓아야만 안정적인, 정부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평균 5% 안팎의 집 값 상승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동시에 전매가 금지 되고 있는 반면 분양가 상승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실수요자를 위한 `수요자 금융`을 조기활성화해 실수요 위축을 차단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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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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