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일베 현상과 이념 포퓰리즘


우리 사회의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념대립 역시 커지고 있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이념대립의 특징은 극단적 성향의 젊은 보수주의자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공격적인 메시지와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 남성들이 사진과 유머를 공유하는 사이트인 일간유머베스트(이하 일베)가 이 현상의 중심에 있다.

경제난에 우파 인터넷서 불만표출

과거 한국의 정치사회화 과정에서 인터넷공간은 진보적 시각 또는 좌파적 관점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인터넷 대통령이라 불렸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의 다수 연구에서도 인터넷에서 의견을 포명하는 사람은 진보적 시각이 더 강한 것으로 조사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청년 보수 또는 우파가 인터넷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자못 매우 새로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2011년에 미국의 민간연구소인 데모스가 ‘디지털 포퓰리즘의 새얼굴’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유럽에서 우익 포퓰리즘 정당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들 정당들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젊은 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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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장기적인 경제침체에 의한 일자리 감소, 이민개방 등에 따른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에 직면해 있다. 그에 따라 이민자가 저가 노동시장을 잠식하면서 노동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정치경제 조율자로서 유럽연합에 대한 비판 고조와 일국주의 모델로의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상황은 극단적인 테러와 청년폭동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011년 7월 노르웨이의 한 극우주의 청년이 총기를 난사해서 69명이 숨진 사건은 유럽이 처한 이념지형의 변화를 극단적으로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최근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년들의 폭동은 경제성장기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 받고 연금혜택을 받게 될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또한 이민자에 대한 반감과 이민자들의 피해의식이 동시에 교차해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데모스의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우익정당들이 불만이 많은 청년층들에게 반이민자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기존 정당체제와 유럽연합체제에 대한 불만을 수렴하는 대중적인 소통전략을 통해 약진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접근은 나와 우리를 구분 짓는 배타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 보고서는 10년 전에 유럽 정치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우익정당들이 유럽의 정치 지형에서 무게감이 있는 주요 정당으로 부상했다고 짚었다. 실제 오스트리아ㆍ불가리아ㆍ덴마크ㆍ헝가리ㆍ네덜란드ㆍ스웨덴ㆍ라트비아ㆍ슬로바키아 등에서는 우익 포퓰리즘 정당이 주요 정당이다.

양극화 해소로 극단적 행동 막아야

일베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럽의 디지털 포퓰리즘 현상은 도움이 된다. 그 근저의 한 측면에는 경제양극화에 놓은 한국 청년들의 불만과 피해의식이 잠재해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불만을 대중적으로 파고드는 데 있어 인종ㆍ민족ㆍ지역과 같은 집단 간 경계를 강조하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접근은 어떤 정책이나 사안을 모호한 집단정체성에 가둬 합리적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 일베현상은 예외적인 일탈 공간으로 보이지만 이 현상 밑에 깔려 있는 젊은 세대의 불만과 불안을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은 그것이 가장 먼저 표출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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