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산유지인 중동국가들이 원유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선물거래시장을 만들었지만, 미국과 영국의 원유선물시장에 밀려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등 원유시장의 대표지수와 경쟁하도록 중동산 원유선물지수를 활성화하려는 관련거래소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5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중동의 두바이ㆍ오만 정부가 공동으로 미국의 최대원유상품거래소인 인터컨티넨널익스체인지(ICE)와 두바이상업거래소(DME)에 중동산 원유선물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양측 거래소 모두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8월 들어서는 거래 자체가 증발했다.
거래량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매도측인 걸프지역 원유생산국들이 관심을 그다지 보이지 않는 데다 매수세력인 아시아 국가들의 정유회사들조차 중동산 석유선물시장 참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오만산 원유거래 건수는 지난 6월 1,900건에서 7월에 600건, 8월엔 160건으로 급감했다.
ICE의 중동원유 선물거래는 6월 한달 2,000건 정도에서 8월에는 일일 평균 50건으로 줄었다. DME는 지난 달 하루 거래량이 25건에 그친 적도 있으며 ICE의 경우 지난 달 중 3일은 거래량이 아예 없었다. 브렌트유나 WTI의 월 평균거래량은 5만건이 넘는다.
게리 킹 DME 회장은 “아시아의 정유회사들이 늘 가격상승을 이끌어왔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들이 중동원유거래를 늘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DME 측은 원유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금융인센티브를 적용, 최근 거래량을 3,000건으로 올렸지만 인센티브가 끝난 이후는 또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