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만 나홀로 실질금리 마이너스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한국만이 명목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른바 ‘실질금리 마이너스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3%대로 추락한 데 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를 나타내 실질금리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이달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연 3.25%로 인하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것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금융기관에 돈을 예치해 이자를 챙기더라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의 경우 지표금리가 연 1%대에 불과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해왔기 때문에 실질금리는 플러스 상태다. 미국은 올들어 2∼3%선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나타내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 정책으로 한때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7월 이후 FRB가 4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 기준금리를 연 2.00%로 끌어올림으로써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섰다. 영국과 프랑스ㆍ독일 등 유럽 주요국가들도 1∼2%대의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이는 가운데 명목금리가 연 4%대 안팎에서 유지되면서 예외 없이 실질금리가 플러스 상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에 달했으나 기준금리는 연 5.31%였으며 10월 말에는 기준금리가 5.58%로 0.27%포인트 상향 조정된 바 있다. 타이완과 홍콩ㆍ싱가포르 등도 1∼2%대의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이는 가운데 명목금리는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한국은행측은 “경제정책 실패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후진국을 제외하고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명목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현상이 지속되면 자금이 소비나 투자 등 실물 부문으로 옮아갈 가능성도 있지만 부동산 투기 등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거품 현상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명목금리가 낮다는 것은 경기전망이 비관적임을 의미하며 적당한 인플레이션과 적당한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가 계속되면 금융자산 보유계층이 자금운용을 기피하게 되고 부채보유자들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빠지는 등 자본의 왜곡현상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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