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개헌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

개헌에 대한 논의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이 먼저 한두마디 꺼내놓으면 야당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모양새다. 대선을 앞둔 시기라 혹시 상대의 함정은 없을까 의심의 눈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개헌이 여야간의 합의뿐 아니라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일이기에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개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오는 2008년이 20년 만에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3개월 차이로 동시에 끝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춰서 지방선거와 2년 터울로 선거를 치르면 불필요한 낭비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개헌의 현실적 이유는 부족함이 없다. 둘째, 5년 단임제의 폐단을 줄이자는 것이다. 단임으로 묶여 있는 5년 임기가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못 될 뿐 아니라 이제 단임이 민주화의 상징이던 때도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의 문제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철저한 3권 분립이 구현된 순수 대통령제도 아니고 의회를 구성하는 각 정당의 권력 분점이 용이한 순수 내각책임제도 아니다. 오히려 프랑스 헌법과 매우 유사한 구조지만 우리에게는 프랑스 같은 분권적 전통이 없다. 프랑스와 달리 우리 대통령은 여당이 소수라도 정부를 구성하고 의회에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기 때문에 대통령과 의회의 대립이 심각한 정치 문제가 된다. 또 그 같은 막강한 대통령의 권력을 놓고 무한 투쟁이 벌어지는 것도 우리 정치의 병폐다. 한국 정치에는 대통령선거운동기간과 대통령선거운동 준비기간밖에 없다는 탄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외에도 경제민주화와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의 권리,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조항의 정비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민적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앞으로 여야가 개헌 논의에 어디까지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개헌을 논의할 이유가 충분하다면 무작정 피하고 볼 일은 아니다. 여야 정치권은 개헌에 대해 가타부타하기에 앞서 정치에 만족해 하는 국민이 지극히 적은 이유가 무엇인지 가슴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