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인 김 모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구조조정 바람에 직장에서 나와 벌이는 이전의 반 토막 수준에도 못 미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1억5,000만원 남짓 남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탓이다. 집을 팔려니 제값에 팔리지도 않거니와 재산이라고는 달랑 집 한 채 있는 상황이라 이마저도 꺼려진다.
그는 "당장 은행에서 빌린 돈만 처리해도 살림이 펼 거 같다"며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려 목돈이 없는 게 문제"라고 푸념했다.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택금융공사의 '사전가입 주택연금'상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월부터 부부가 모두 50세 이상인 1주택자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갚기 위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는데, 이 상품이 바로 그것이다. 내 집을 마련하느라 소득보다 높은 대출을 받았지만 퇴직 등으로 원리금 상환에 부담이 많다면 주택연금 사전가입으로 '빚 탈출'이 가능하게 된 셈. 더구나 살던 집에서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계속 거주할 수 있고, 빚을 갚고 남는 돈이 있다면 평생 일정한 금액을 연금처럼 받을 수도 있어 장점이 많다. 내년 5월까지 1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판매되는 만큼 서둘러 알아보는 게 좋다.
◇50대 하우스푸어의 빚 탈출 기회=통상 주택연금은 60세 이상의 가입자(부부 모두)가 현재 거주 중인 시세 9억원 이하 주택을 공사에 맡기고 죽을 때까지 매월 노후생활자금을 준다. 그래서 노후 생활 수단이 부족하지만 집을 소유하고 있는 노년층이 선호했다.
반면 사전가입 주택연금은 부부 모두 50세 이상이고 6억원 이하 1주택자라면 가입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주택연금은 자녀결혼이나, 사고 등에 대비해 총 지급한도 금액의 50%까지만 한번에 인출할 수 있었지만, 사전가입 상품은 지급한도액을 모두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하우스푸어들이 주택연금에 가입해 기존 대출 원리금을 갚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령 3억원짜리 집을 가진 60세 부부의 경우 기존에는 일시인출금이 5,960만원이었지만 사전가입 주택연금에서는 1억1,910만원을 한번에 받을 수 있다. 만약 고객이 50세 부부라면, 기존주택연금에 가입 자체가 안됐지만 사전가입 주택연금으로는 8,580만원을 한번에 인출
받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돈을 빚을 갚는 데 쓰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자기가 받을 수 있는 몫을 한꺼번에 받아갔기 때문에 매달 받는 연금이 없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
공사 관계자는 "일시인출금을 모두 받아갈 경우 월 수령액은 없지만 빚 없이 자기가 살던 집에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살 수 있다"며 "집을 팔아 빚을 갚고 다른 집에 전세를 들어가는 경우와 비교해보면, 향후 전셋값 상승과 이사 등으로 생기는 비용이 들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가입 주택연금 상품의 도입으로 과도한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50대 이상 1주택자의 고충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시인출금 다 안 쓰면 잔액은 연금 수령=사전 가입 주택연금에 가입한 고객이 부채를 상환한 후 잔액이 있으면 부부 중 연소자가 60세 되는 해의 가입 월부터 평생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시세 6억원짜리 집을 가진 50세 가입자가 일시인출금 총액의 절반인 8,580만원만 인출해 빚을 갚았다면 10년 뒤부터는 매달 95만5,000원을 연금처럼 받는다.
55세에 가입해 총 일시인출금의 50%인 1억110만원을 받았다면 60세부터 매월 81만3,000원을 받는다. 일시인출금액이 늘더라도 자금운용 기간이 50세 때보다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존 대출금이 자기가 받을 수 있는 일시인출금보다 많다면 자신이 가진 돈 등으로 빚을 모두 상환해야 사전가입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주택연금이 역모기지 상품으로 공사가 선순위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략 집값의 40% 이상을 대출받은 수요자는 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적격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도 나와=공사의 적격전환대출을 이용하면 기존주택담보대출을 적격대출(장기고정금리 대출)로 바꿔 가계부담을 덜 수 있다.
적격전환대출은 실직 등으로 소득이 감소해 원리금 상환이 어렵게 된 하우스푸어의 주택담보대출을 은행이 대출기간 연장 등을 통해 적격대출로 전환해준다. 공사는 이를 넘겨받아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준다.
이 상품의 가입 대상은 1주택 소유자로, 부부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등의 조건을 두루 충족해야 한다. 또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대출 기간의 절반 이상 경과했거나 최초 대출 이후 3년 이상 지나야 한다.
적격전환대출로 갈아타면 최소 10년부터 최대 30년까지 대출만기를 설정해 원리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으며, 대출금리는 은행별로 고시된 적격대출 금리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입을 원하는 고객은 기존 거래은행에서 신청할 수 있고, 보금자리론 이용고객은 공사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 특히 적격전환대출은 원금상환을 유예하고 이자만 납입하는 거치기간을 최대 10년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대출의 담보 평가액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그대로 적용하기에 집값이 하락했더라도 LTV 상관없이 2억원 범위 내에서 갈아타기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