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과 채권단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통해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의 금융위기 당시 매년 무려 60~80곳의 대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이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한꺼번에 이뤄진 효과로 2011년부터는 매년 30여곳 수준으로 구조조정 대기업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다.
구조조정 기업이 40개로 늘었고 올해에도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도리어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은행들의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세부평가 대상 업체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 등의 악화로 지난해보다 세부평가 대상 업체가 소폭 늘어났기 때문에 지난해 내외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기업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경기가 너무 살아나지 않는 탓이 가장 크다. 금융권이나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으면 이윤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빚을 내서 이자 갚기에만 급급한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까지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환율 강세 여파가 수출시장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줄 경우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 사태로 금융회사들이 돈줄까지 조이고 있어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다음달 실시되는 대기업 구조조정이 금융권까지 미치는 충격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신용공여액 규모가 2~3년 전에 비해서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40개 구조조정 대기업에 제공된 신용공여액은 총 4조5,000억원으로 금융권의 충당금 소요액은 6,800억원 수준에서 그쳤다. 이는 전년 충당금(1조1,000억원)보다는 상당히 줄어든 것이었다.
다만 금융권은 이후에 터진 STX 구조조정과 동양 사태 여파로 조 단위의 충당금 쇼크를 입었고 아직도 이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부행장은 "이번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쌓게 되는 금융권의 충당금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동부그룹 사태 등의 여파가 어디까지 번지느냐에 따라 올 하반기에 금융권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 당국과 채권단은 7월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께부터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 대상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500억원 미만인 기업들로 지난해에는 112개 기업이 구조조정됐다. 당국과 채권단이 대기업에 대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중소기업 구조조정 기업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위험권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부실 대기업들의 후방산업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에 따라 이번 대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협력 중소업체의 자금 상황에 대한 긴급 점검에도 나설 방침이다. 워크아웃 진행 대기업의 정상화 계획이 수립되기 전까지 협력업체에 대한 대출상환을 최대한 유예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 결과는 다음달 초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