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사님은 영화 안봅니다"

중동지역 대사들 '뮌헨' 시사회 불참 해프닝

“대사님은 시사회에 참석하지 않습니다.” 72년 뮌헨 올림픽 테러사건을 소재로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뮌헨’에 대한 중동지역 주한 대사관측 반응이다. 세계 곳곳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이 영화를 두고 중동권 대사들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사정은 이렇다. 최근 이 영화를 수입ㆍ배급하는 CJ엔터테인먼트는 이스라엘을 비롯해 레바논, 이란 등 중동지역 11개국의 주한대사를 초청하는 ‘뮌헨’의 특별시사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CJ측은 “영화가 중립적 시각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초청이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초청장을 보냈다. 그러나 정작 중동 지역 대사들에게 이 영화는 난감함 그 자체였을까? 주최측이 11개국 대사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는 날짜와 시간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쳤고 전화로 행사 취지를 알렸지만 대사관에선 ‘참석 불가’ 입장을 밝혔다.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조건까지 내걸자 이란, 튀니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등 4개국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작 용산CGV 1개관을 빌려 열린 시사회장에는 튀니지 대사 부부 2명만이 자리해 썰렁한 극장을 지켰다. 그나마 튀니지 대사도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소감을 묻자 자리를 피했다. 국내에선 중동대사 초청 시사회가 무산된 정도지만, 유럽과 미국 등 당사국들 사이에선 이 영화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유력지인 예루살렘 포스트지는 “영화가 모사드를 폄하했다”고 보도했고, 로이터 통신은 “죄 없는 시민의 살해와 극악한 테러리스트들의 죽음을 전혀 구분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감독인 스필버그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보좌관을 홍보 담당으로 고용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