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 여행가방, 빨강 모피, 핑크빛 부츠, 샛노란 도마…. 칙칙했던 생활잡화의 색상이 튀고 있다. 개성적인 면을 중시하는 ‘가치소비’족 증가에 따라 통념상 자리잡고 있는 무채색 계열에서 벗어나 눈에 확 띄는 화사하고 강렬한 색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색깔마케팅이 주효하면서 관련 상품 매출도 호조세다. 22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본점 샘소나이트 가방 코너에 올 상반기 화사한 색상의 여행 가방이 등장했다. 기존의 블랙, 회색 등 단색 위주에서 그린이나 오렌지, 옐로우 등 파격적인 원색 계통의 색상을 과감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것. 색상이 화려해지자 매장 분위기도 밝아지고, 고객의 눈길과 발길을 잡는 효과도 있어 전에 비해 매출이 20% 가량 신장했다. 롯데백화점 잡화매입팀 이지원 바이어는 “예전에는 비즈니스맨의 출장이나 배낭여행이 대부분이다 보니 패션화된 여행가방 수요가 적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여성의 단기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색다른 가방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귀부인을 연상시키던 모피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진도모피와 DS모피 등 모피 업체들이 최근 블랙이나 그레이 등 전통적인 모피 색깔에서 탈피해 블루와 레드, 핑크, 옐로우 등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칼라의 패션모피를 선보이고 있는 것. 신세계백화점 본점 영 모피 전문매장 ‘엘페’의 김성연 매니저는 “최근에는 정장뿐 아니라 진같은 캐주얼에도 코디가 가능할 정도로 모피의 색상이 다양해졌다”며 “20~30대 뿐만 아니라 40대 고객도 검은색, 회색 등 일반 제품보다 다양한 색상의 모피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색깔마케팅은 여성 부츠에서도 두드러진다. 올 가을부터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른 부츠가 블랙과 그레이, 진청색 등 단조롭던 색상에서 벗어나 핑크와 코코아, 보라 등 화려해진 색상으로 치장하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색상이 화사해지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브랜드별로 20~30% 매출이 늘어났다. 현대백화점 김선영 부츠 바이어는 “다양한 색상을 이용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구두나 부츠의 색상이 화려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잡화 뿐 아니라 주방 필수품인 도마도 패션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존 나무재질 일변도에서 변화를 줘 주황, 분홍, 연두, 노랑 등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상으로 20~30대 주부의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9월 롯데백화점 노원점 등 수도권 5개점에 입점한 미국산 ‘마이크로밴’의 경우 9월 한달간 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달엔 무려 5배나 많은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프랑스 조리기구 ‘르쿠르제’도 마찬가지. 무쇠제품임에도 파랑, 노랑, 빨강 등 원색의 강렬한 색상으로 인테리어 효과를 보면서 월평균 15% 이상 신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조영제 판촉팀장은 “기왕이면 남과 다른 개성적인 면을 중시하는 가치소비가 요즘 소비문화의 추세”라며 “냉장고, 세탁기, 노트북 등 가전제품 뿐만 아니라 생활 잡화에서도 이 같은 성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