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과 덴빈, 산바 등 유례가 없는 3개의 태풍이 연이어 우리나라 국토 구석구석에 초속 50m를 넘는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내렸다. 태풍 길목에 있던 지역은 막대한 피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번 태풍 피해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은 정전 피해가 유난히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태풍 볼라벤의 경우 몇몇 주요 산업단지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197만여가구에 정전 피해를 입혔다. 우리나라 전체 1,800만가구의 약 11%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다. 168만5,000가구가 정전 피해를 당했던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의 기록을 깬 태풍으로 인한 정전피해 사상 역대 최고치다.
전기가 없으면 일상생활도 산업 활동도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정전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제주에서는 세계 최초로 육상 양식에 성공한 참다랑어가 단 20시간의 정전으로 모두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고 일부 지역은 통신두절로 고립되기도 했다.
참다랑어 사례처럼 상업시설이나 산업시설의 정전은 국가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어 더욱 치명적이다. 특히 네트워크가 핏줄처럼 연결돼 있는 정보화 사회에서 대규모 정전은 국가경제, 안보 등 모든 측면에서 국가재앙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
매년 태풍 때마다 정전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전선과 전신주가 외부에 노출돼 강풍에 쉽게 끊어지거나 넘어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나날이 강력해지고 빈번해지는 태풍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국가경제, 안보를 지키려면 전선 지중화가 필요하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도시미관뿐만 아니라 지진, 태풍에 대한 대비책으로 국가 차원에서 전선 지중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재해방재 차원에서 효과는 매우 크다. 일본에서는 공중선에 비해 지중선의 피해 비율이 80분의1 수준으로 낮아져 전력선과 통신선의 안전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풍에 전신주가 넘어져 정전이 되고 통신이 두절된 후 허겁지겁 사후복구를 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미리 대비해 안정적으로 전력이 공급되고 통신망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