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회장 '보복폭행' 수사] 재계·한화그룹 표정
"金회장 개인문제 일뿐… 재계 전체 매도 곤란" 한화그룹 임직원들 일손 놓은채 뒤숭숭
이규진 기자 sky@sed.co.kr
김호정 기자 gadgety@sed.co.kr
재계는 경찰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에 이어 한화그룹 본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에 나서자 개인 문제를 과도하게 확대, 기업과 재계 전반을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이윤호 상근부회장 취임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김승연 회장 사건에 대해 업급하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
조회장은 다만 “선진국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을 겪어왔고 문제를 수정해오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불행한 일임에는 틀림 없지만 전체를 묶어서 봐야 하고 아직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원의 판결이 있기도 전에 경찰이 청와대와 여론을 너무 의식, 술집 종업원의 일방적 주장을 진실인 양 발표하고, 실효성도 없는 한화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크게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이날 취임식을 가진 이 신임 부회장도 “김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 언론에 너무 크게 취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들이 맞고 와서 아버지가 때린’ 정도의 사건인데 대기업 총수가 저지른 사건이라고 해서 너무 크게 다뤄지고 있다”며 “(대기업 오너가) 더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해도 그에 비해서도 너무 크게 다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보도 이후 10여일 동안 줄곧 침묵으로 일관하던 재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가진 자’에 대한 반감과 질시에 편승한 포퓰리즘이 횡행하면서 반기업ㆍ반재벌 정서가 팽배해지는 상황이 비정상적이라고 인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술집 종업원 진술=진실’ ‘김 회장 부자 해명=거짓’이란 도식적인 판단하에 인민재판을 방불케 하는 일방적인 주장이 난무하고 있는 것 역시 법치주의를 무시한 잘못된 행태라는 판단이다.
재계는 특히 경찰이 이날 오전부터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회장실을 비롯한 사옥을 5시간 동안 압수수색하자 “폭행사건에 압수수색을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며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게다가 압수수색의 과정이 내외신을 통해 실시간 보도됨에 따라 그동안 글로벌 경영에 주력해온 한화그룹의 대외신인도가 치명타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동안 그룹 내부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전날 노동절 휴무를 지내고 출근한 임직원들은 도무지 일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사옥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앞으로의 수사방향과 경찰의 대응방향 등에 대해 우려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그룹은 또 일부 계열사 직원들이 경찰을 비롯한 관계당국에 김 회장의 선처를 기원하는 탄원서를 내기로 한 데 대해 비판여론이 일자 곤혼스러워하면서 “자발적으로 한 일인데 너무 나쁘게만 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입력시간 : 2007/05/02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