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권 노동법 재개정 숨통/신한국당 정리해고 철회 배경

◎“노사갈등이 경제회복 걸림돌” 인식/대선겨냥 유권자 많은 노조입장 수용신한국당이 26일 노동계와 화이트칼라의 심한 반발을 초래했던 정리해고제 도입을 완전 철회하고 상급단체의 복수노조를 즉시 허용키로 하는 등 노동법문제에 대해 사실상 1백80도 방향선회를 함에 따라 정치권의 노동관계법 재개정작업이 일단 숨통을 트게됐다. 그러나 재계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해 여권이 이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재계로서는 만일 이같은 신한국당의 안이 그대로 수용될 경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아닐 수 없다. 노동시장의 선진화는 한발짝 후퇴했다는 여론의 비판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신한국당의 이같은 갑작스런 급선회는 노동법 날치기 처리 파문에 이어 터진 한보사태로 멀리 떠나버린 민심을 되돌리기위해 그동안 노동계와 야당이 주장해 온 노동법 핵심쟁점을 대폭 수용하지 않을수 없다는 절박성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신한국당은 기업경영 부담을 덜어주기위해 경제회생 차원에서 단행한 노동법 개정이 오히려 노사간의 새로운 갈등과 반목을 일으켜 경제회생의 걸림돌이되고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켰다는 당내외 비판을 적극 수용한 셈이다. 여기에 이른바 한보부도사건은 날치기 통과된 노동법에 대한 정당성의 논거를 잃게 만들었고 노동법파문을 그대로둔채 올 임금협상에 들어갈 경우 노사분규가 한보게이트까지 물려 정치투쟁화할 가능성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들의 최대관심사인 경제는 물가와 부동산값이 치솟고 무역적자와 외채 급증, 환율과 고용불안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국면에 치달아 경제주체들의 투자의욕과 근로의욕이 갈수록 위축되면서 회생기미를 보이지않고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집권에 대한 위기를 절감한 신한국당은 더이상 민심을 방치할 수없다고 판단하고 오는 12월 대선을 겨냥, 정리해고제 도입 철회를 통해 재계보다는 유권자 비중이 큰 노조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신한국당의 정리해고제 도입 철회는 사실상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지난 24일 야당단일안으로 제시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 도입 조항을 완전 삭제하고 근로기준법 대신 해고요건을 엄격히 강화한 특별법 형태로 법제화하되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체제가 확립될 때까지 시행을 유보하자는 입장에 뒤지지않는 셈이다. 신한국당은 또 한국노총과 재계의 반대속에 야당 단일안이면서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인 상급단체에 대한 복수노조를 즉시 허용(당초에는 3년 유예)한 반면 상급단체이외의 노조에 대해서는 5년간 유예한뒤 허용한다는 방침이다.<황인선> ◎노동부 반응/“정리해고제 철회보다 조정을” 노동부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신한국당은 경제계 일각에서 전임자급여문제와 무노동무임금만 확실히 개정안에 반영해 주면 정리해고는 양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달, 이같이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정리해고제는 복수노조 허용만큼이나 중요사안으로 자칫 개혁취지가 흐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리해고제는 일단 도입하되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든가 또는 해고사유를 보다 단순화하는 선에서 조정된다면 몰라도 완전 삭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정리해고제를 도입하되 해고사유를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하고 해고회피노력, 대상자의 공정한 선정, 노조 또는 근로자대표와의 협의 등 절차규정을 둔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공익안이 가장 타당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최영규> ◎재계 반응/“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 반발 재계는 정리해고제 조항 삭제 등을 내용으로한 신한국당의 노동법 개정시안이 나오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26일 기조실장회의를 열어 노동계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야당의 개정시안에 대해 강한 반대의견을 내놓았던 전경련은 이같은 여당안의 개정시안 소식을 접한 후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전경련의 한 고위임원은 『정리해고제 조항이 삭제되고 복수노조가 허용되는것은 사실상 노동법 개정전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이는 경제살리기를 사실상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의 한 관계자도 『여당안이 전임자의 임금지급금지를 5년간 유예한 상태에서 복수노조를 허용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민병호·채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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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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