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 시대를 넘어 생산자가 곧 소비자인 프로슈머가 향후 경제 체제를 더욱 혁신적으로 바꿀 것입니다.” 방한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사진ㆍ79)가 국내에 잇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는 ‘청소년 부의 미래’(청림출판) 한국판 출간을 기념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언급했던 프로슈밍(prosuming)으로 경제환경이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방형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를 예로 들었다. 핀란드의 한 대학생이 폐쇄적인 PC 운영체계(OS)에 반발해 제안한 리눅스는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소스 코드를 무료로 공개, 엔지니어들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수정ㆍ발전시키고 있는 게 특징. 그는 “프로슈머의 행동이 경제 유형 자체를 바꾸고 있는데도 생산자와 소비자를 여전히 분리해 생각하는 방식은 시대 착오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이미 광대역통신(broadband) 등 기술적 측면에서 선진국”이라며 “지식기반 경제에 접어든 한국에서 관료주의가 공공부문 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성장까지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은 개성이 다른 학생들이 모두 같은 방식의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산업시대에 만든 의무교육제도가 여전히 유효한 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대량생산과 획일화를 거부하고 있는 시대인 만큼 교육도 공장형이 아닌 맞춤형화 돼야 한다는게 그의 충고다. 토플러는 미래학자가 된 사연도 공개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5년간 용접공 생활을 했다가 고된 노동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용접 전문지 기자 생활을 거쳐 백악관 출입기자를 하던 중 IBM에서 컴퓨터가 미국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 지 보고서를 써달라는 요청이 왔고, 그 후 여러 기업으로부터 미래 전망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 그는 “보고서의 첨단기술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 ‘미래쇼크’를 집필했던 게 미래학자가 된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훌륭한 미래학자 비결에 대해서는 “책과 신문을 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말했다. 그는 “아침마다 신문을 읽느라 손끝이 까맣게 된다”며 “내 통찰력의 원천은 끝없는 독서와 사색”이라고 말했다. 토플러는 오는 5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KMA(한국능률협회)가 주최하는 CEO 특별 세미나에서도 ‘변화의 속도를 뛰어넘는 기업으로’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한국기업이 처한 도전과 기회 등 다양한 미래경영전략에 대해 털어놓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