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폐경기 우울증 "호르몬·한방요법 관심을"

호르몬요법-골다공증·심장질환 위험 줄여<br>한방요법-시호소간산·청리자감탕등 효과


경기도 안양에 사는 주부 이모(53)씨는 얼마 전부터 생리주기가 조금씩 길어지더니 수시로 식은땀이 나며 목덜미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밤에 더욱 심해져 잠자기가 불편해지다 급기야 우울증까지 왔다. 최근에는 이런 우울증세가 악화돼 외출 하기가 싫어졌을 정도다. 중년 여성이라면 누구나 이씨와 같은 증상을 겪어 봤을 것이다. 이른바 ‘폐경기 우울증 증후군’이다. 중년 여성의 건강은 개인뿐만 아니라 남편과 자녀 등 가족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증후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폐경 여성의 애환을 다룬 뮤지컬이 공연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폐경 가까워지면 우울증 확률 3~5배 증가=폐경이란 난소에서 난포가 감소해 배란이 중지되고 월경이 영구히 없어지는 것이다. 국내 여성의 경우 폐경 평균연령은 49.7세로 43%의 여성이 50세 이전에 폐경이 되며, 45세 이전의 조기폐경 비율도 25%나 된다.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 안면홍조(얼굴이 붉어지고 열감이 느껴지는 것) 등 각종 증상이 나타나는데 정신적 증상 중 가장 흔한 것이 ‘우울증’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의대의 엘렌 프리먼 박사와 하버드 의대 리코엔 박사는 ‘일반정신의학 기록’ 4월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폐경이 가까워지면 우울증 발생률이 3~5배까지 급증한다고 밝혔다. 고대안암병원 이헌정 교수(정신과)는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아이를 낳는 능력 상실로 인한 여성으로써의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며 “남편의 은퇴, 자녀들의 독립으로 인한 생활패턴 변화도 우울증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호르몬요법으로 치료=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폐경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여성호르몬 투여요법이 사용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윤병구 교수(산부인과)는 “호르몬 요법은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을 약 30% 감소시켜 주고 폐경 초기에 시작한 경우 허혈성 심질환과 치매 위험도 각각 30~40% 줄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호르몬요법은 유방통증과 자궁출혈외에 메스꺼움, 두통, 복부팽만감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용량을 대폭 줄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한방 치료법도 고려해 볼만= 양방의 호르몬 요법이 싫다면 한방적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폐경기 우울증 치료법으로 한약과 침을 사용한다. 시호소간산이나 청리자감탕, 육미지황탕, 지백지황탕 계통의 처방이 주로 쓰인다. 이런 약재들은 대부분 우울증을 해결하고 가슴 속에 쌓이지 않도록 흩어버리게 하는 개울(開鬱)과 해울(解鬱)의 효과를 낸다. 이혁재 쉬즈 여성한의원 원장은 “폐경 후 우울증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조기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며 “야외에 자주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햇볕을 듬뿍 쬐는 게 좋고 주변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조깅과 걷기, 자전거 타기, 테니스등과 같은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과 여성 호르몬과 유사한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콩과 두부섭취를 늘릴 것을 조언한다. 또한 규칙적인 성생활은 뇌의 전두엽을 자극해 뇌의 노화와 건망증 진행을 억제하며 엔돌핀 분비를 늘려 우울증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높여 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