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외식업계 "브랜드 바꿔 다시죠"

상권 포화에 신규 가맹 보다 경쟁사 매장 유치 적극 나서


서울 구로구에서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 모 사장은 최근 경쟁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영업사원 명함을 여러 장 받았다. 영업사원들이 명함을 돌리면서 하는 말은 "브랜드 전환을 하면 어떻겠느냐?"였다. 한 사원은 새 간판 제작 비용을 전액 보장해주겠다고 김 사장을 설득했고, 또 다른 사원은 인테리어 비용의 일부까지 대신 지급해주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솔깃한 제안들에 잠시나마 마음이 흔들렸지만 본사와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외식업체들이 경쟁업체의 텃밭을 적극 공략해 매장을 늘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외식업체들이 기존 상권이 포화하면서 신규 가맹사업 유치 보다 경쟁업체 가맹점의 브랜드 변경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장 확보 경쟁을 가장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곳은 베이커리 시장의 파리바게뜨와 뚜레주르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3월까지 240여개의 신규 점포를 열었다. 지난해 신규 점포(506개)수의 절반 수준을 단 3개월 만에 오픈한 셈인데 신규 매장 중 일부는 뚜레주르 점주들이 업태를 파리바게뜨로 변경한 것들이다. 반면 같은 기간 뚜레주르는 38개 출점에 그쳤다. 폐점 수는 70개에 달했다. 뚜레주르 관계자는 "베이커리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지나친 매장 출점은 기존 상권을 침해할 수 밖에 없다"면서 "가맹점주들의 상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양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킨업계도 경쟁사간 점포 쟁탈전이 치열하다. 특히 치킨점포는 식자재류와 매장운영 방식 등에서 브랜드 간에 큰 차이가 없어 쉽게 간판을 바꿔 달 수 있기 때문이다. 치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은 경쟁사 가맹점주를 만나 점포를 바꿀 것을 설득하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라며 "경쟁사 보다 좋은 조건을 내걸고 점주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 업체들도 업태전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탐앤탐스 관계자는 "점포를 오픈한 점주가 만족해하지 못하는 경우 타 브랜드 영업사원들이 이 점주를 상대로 브랜드 전환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상위 커피 브랜드 가맹점을 타깃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식업체가 경쟁사 매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기존 경쟁 점포를 활용하면 새 점포를 개점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사 점포의 상권 침해를 보호하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경쟁업체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 시장에 블루오션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남의 영업영역을 노리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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