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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원자재 구입·통화상품 손실보전등 용도 정해 과감히 지원<br>건실한 수출기업이 키코사태로 무너지는 일 없도록 해야<br>노후 산업단지 인프라 확대 쉽도록 관련 제도 개선도 시급



[서경이 만난 사람] 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원자재 구입·통화상품 손실보전등 용도 정해 과감히 지원건실한 수출기업이 키코사태로 무너지는 일 없도록 해야노후 산업단지 인프라 확대 쉽도록 관련 제도 개선도 시급 대담=정상범 성장기업부장 ssang@sed.co.kr 정리=김흥록기자 rok@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지금 기업들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선 현장에서는 상황이 워낙 위중한 만큼 정부가 중소기업들에 직접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 43개 산업단지를 총괄하며 생산현장의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박봉규(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회사를 살리려고 백방으로 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제조업이 탄탄하게 버텨줘야 한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특히 “우리 경제가 최대한 빨리 위기를 극복하자면 내년에는 수출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면서 “건실한 수출기업들이 키코(Kiko) 사태로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과감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실물경제의 위기가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어렵죠. 진짜 어렵습니다. 전국의 산업단지를 다녀보면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이 하나같이 죽을 맛이라며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장 매물이 크게 늘어나고 공단의 땅값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공단 입주업체 가동률도 최근 82%대로 연초에 비해 5% 이상 낮아졌습니다. 이처럼 사방이 꽉 막힌 중소기업들이 행여 자포자기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요즘 수도권 주요 단지에 임대업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기업 경영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정이 어렵고 그냥 놀리기 뭐하니깐 자신의 공장을 임대방식으로 남에게 내주는 것입니다. 누가 운영하던 업체를 줄이고 싶겠습니까. 온갖 정성을 쏟았던 공장을 내주다 보면 결국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죠. -중소기업들은 주로 자금난을 많이 호소하고 있습니다만.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지금처럼 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으더군요. 저도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은행도 기업처럼 생존게임에 빠지다 보니 외환보유액를 이용해 은행에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더라도 제대로 돈을 풀지 않고 있습니다. 설사 은행들이 지원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검증절차와 서류작업 등을 감안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효과도 미미한 실정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은행을 거치지 않고 해당 중소기업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 정부가 ‘중소기업 원자재 지원’이나 ‘통화상품 손실보전’ 등 구체적인 용도를 지정해 직접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업체들은 몇 개월에 걸쳐 리볼빙(만기연장)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도입해야 합니다. -은행 직원들에 대한 면책조치 등 정부대책이 효과가 있을까요. ▲일단 면책이 도입되면 지금보다야 당연히 낫겠죠. 통상적으로도 은행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반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비상국면입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개별기업을 지원해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국가 전체적으로도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단지 입주기업들이 요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한승수 국무총리가 인천 남동공단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어느 업체 대표가 한 총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펑펑 쏟더군요. 이 업체는 우수한 기술에 제품력도 뛰어났지만 키코 손실이라는 뜻하지 않은 직격탄을 맞은 것이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충분히 위기를 딛고 더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실 내년 경제전망도 그리 밝지 만은 않지만 산업단지 입주기업을 둘러보면 희망적인 요인도 많이 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그동안 꾸준히 기술력을 갈고 닦은 기업들이나 위기상황을 오히려 기회구조로 바꿔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수출에 강한 중소기업들이 최대한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식기반 서비스 중심으로 가야겠지만 이는 튼튼한 제조업이라는 토대를 갖추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조업이 있어야 금융산업도 있고 물류산업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만약 내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과연 누가 진정한 주체로 나서겠습니까.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위기 극복의 길은 결국 수출에 있고, 이는 수출할 제품을 만들어내는 산업단지 내 제조업체의 노력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정부 지원정책도 이 같은 점에 무게중심을 두고 진행돼야 합니다. 키코 피해업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키코로 600여개에 달하는 건실한 수출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게 될 형편입니다. 정부차원에서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산업단지도 지역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위기강도가 좀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까. ▲중소기업 위기의 주요원인 중 하나는 바로 대기업 납품물량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자동차나 석유화학 등 전방산업의 경기가 둔화되고 GM대우나 두산 등 대기업의 생산이 줄어드니까 중소기업은 물건을 팔 곳이 없어지는 것이죠. 이에 따라 대기업 협력사가 많은 남동공단과 반월ㆍ시화공단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그외 석유화학 관련사가 많은 여천과 울산이나 현대자동차 등이 있는 군산 쪽도 염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입주기업들이 어렵다 보니 관리공단의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듯합니다. ImageView('','GisaImgNum_2','right','260'); ▲산업단지공단은 단지 관리기관의 역할에 머물러 직접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산단공 조직이 갖는 가장 큰 이점 중의 하나가 바로 산업단지 현장에 가장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모든 직원들에게 사무실에 앉아 있지 말고 항상 현장을 찾아 입주업체들과 고민을 함께 나누라고 지시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애로사항은 매일 아침 지식경제부나 관련 기관에 보고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군장단지의 한 업체가 공장 신축자금이 바닥나는 바람에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곧바로 지경부ㆍ중소기업진흥공단과 협의해 자금을 우선 집행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요즘에도 매일같이 50~60여가지의 애로사항을 수집해 관련 기관과 해결책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입주업체들이 그나마 산단공을 거치면 자금이나 시설투자 등에서 작은 문제라도 해결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산업단지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됩니다. ▲입주기업들이 이번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은 그동안 산업단지 전체의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지 못한 탓도 크다고 봅니다. 현재 산업단지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외국에 비해 비싼 산업용지 가격입니다. 독자적인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얼마나 저렴한 산업용지를 제때에 공급받느냐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수도권 산업단지는 평당 300만~500만원까지 치솟다 보니 중소제조업체들의 신규 진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대규모 임대산업단지를 공급해 공장을 유치해야 한다고 봅니다. -신규 단지조성도 중요하지만 기존 단지를 재정비하는 문제도 시급해보입니다. ▲우리나라 주요 산업단지는 이미 조성된 지 30여년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인프라가 달라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지난 1987년에 조성된 반월공단의 경우 당시 교통량을 기준으로 만든 도로가 여전히 사용되다 보니 출퇴근 시간에는 주차장으로 변해버립니다. 문화공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노후된 단지의 구조를 고도화하고 관련 인프라를 갖춰 기업들이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공단 리모델링은 신규 설립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로공단은 리모델링을 거쳐 규모나 생산성에서 예전과 비교할 수 없게 좋아졌습니다. 생산성은 물론 일반인의 인식자체도 많이 달라지는 효과도 보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신규 단지를 조성할 때의 지원체계는 비교적 잘 구축돼 있지만 기존 공단을 리모델링하는 데는 지원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 박봉규 이사장 약력 ▲1953년 경북 청도 ▲1975년 경북대 법정대학 ▲1975년 행시 17회 ▲1975년 상공부 수출진흥과 사무관 ▲1986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원 경제학 석사 ▲1996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1999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심의관 ▲2003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2004년 숭실대학교 대학원 국제경영학 박사 ▲2004년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2006년 대구광역시 정무부시장 ▲2008년~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 관련기사 ◀◀◀ ▶ 광역경제권 클러스터 육성·구조 고도화등 추진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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