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올레길 살짝 벗어나… 샛길로 옵서예

제주 소담한 마을길<br>파도와 함께 춤추는 길 밭과 밭사이 품같은 길 '살롱' '갤러리' 도 있네


제주 올레는 이미 전국 명소가 됐다. 그런데 요즘 올레가 지나는 마을 안쪽으로 '샛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주 애월읍 곽지리와 금성리에 걸쳐 있는 '곽금8경올레', 그리고 서귀포시 월평마을에 조성된 '월평이야기길'이 대표적인 곳이다. 올레에서 제주의 빼어난 풍경을 볼 수 있다면 이 길에서는 제주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 곽금8경올레 제주 올레가 전국적으로 '걷기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은 맞다. 그런데 올레를 걷는 사람들을 보면, 이들은 정해진 구간 가운데 하나를 택해 비슷한 방식으로 걷는다. 즉, '길이 났으니 그 길로만 간다'는 이야기다. 코스를 이탈해 다른 길로 에둘러 가면서 새로운 풍경을 보거나 마을 안으로 쑥 들어와 기웃거리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올레가 문제가 아니라 걷는 사람들의 심리가 그렇다. 이런 걷기 방식은 맞을까? 올레가 미처 파고들지 못한 곳으로 나는 길들이 반가운 이유다. 결론은 올레 말고 올레 '옆길'도 좀 걸어보자는 말이다. '곽금8경올레'는 제주 서북쪽의 곽지리와 금성리에 있는 명소들을 연결하는 길이다. '올레'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진짜 올레를 운영하는 (사)제주올레와 아무 상관없다. 제주올레 15코스가 곽지리 외곽을 스쳐 지난다. 이 길을 조성한 주인공들은 곽지리의 곽금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다. 곽지리와 금성리는 고려시대 탐라 17현 중 하나였다. 당시 마을 명소 8곳이 곽금8경으로 불려 구전돼 왔는데 이들이 탐구수업 활동의 일환으로 두 다리로, 또 자전거를 타고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며 8경을 찾아내고 마침내 지난 7월에 이것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을 냈다. 학부모는 물론 출향 인사들까지 힘을 보태 고증에 나선 결과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주기 위해 시작했다"는 것이 이 학교 김혜수(26) 교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길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만든 마을길'로 입소문을 타며 하나 둘 찾는 이들이 생겼다. 길은 과오름, 곽지해수욕장 등 곽지리 일대를 둘러볼 수 있는 곽지코스(5.1km), 금성 뒷동산, 정자천 등을 만날 수 있는 금성코스(5.8km)로 돼 있다. 완주하는데 3~4시간이면 된다. 길은 진짜 '올레'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담하고 정겨운 멋은 더하다. 특히 금성리 마을 쪽에서 8경인 유지부압(철새가 노니는 버들못)으로 향하는 '머을왓길'이 그렇다. 밭과 밭의 경계가 되는 밭담 사이로 구불구불 길이 나 있는데 풍경이 참 제주도답다. 언덕에서 바라봐도 좋고 실제로 걸어도 운치가 있다. 장쾌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구간도 있다. 곽지해수욕장이 있는 해안산책로인 '옥빛바닷길'이다. 특히 3경인 치소기암(솔개가 날개짓을 하는 모양의 바위) 주변이 돋보이는데 이름처럼 옥빛 바다가 바로 옆까지 들이친다. 파도소리 들으며 걷는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곡선으로 이리저리 굽어진 길의 모양새도 예쁘다. 곽금초등학교에서 곽금8경올레 지도를 얻을 수 있다. 8경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 월평이야기길 월평마을은 올레 7코스의 종착점이자 8코스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도보여행자들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들이 잠깐이라도 들르라고 마을 노인들이 매주 토요일 '월평이야기길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을 볼거리 몇 곳을 소개하는 것이다. 소소한 재미가 있다. 마을부녀회 사무실은 '월평살롱'이라는 간판이 걸렸다. 사무실 옆 건물 벽에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 전시해 뒀다. 돼지우리와 화장실이 연결된 이른바 '똥돼지'를 기르던 곳, 옛모습 그대로 간직한 가옥과 우물, 한국전쟁 당시 지어졌다는 교회도 볼 수 있다. 마을주민들이 액막이를 위한 굿을 했다는 본향당도 코스에 포함된다. 본향당 가는 길이 호젓하고 운치가 있다. 월평마을에서 올레7코스를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보이는 '굿당길'이라고 표시된 길이다. 또 하나 명물은 들머리에 있는 '송이슈퍼'다. 외벽에 벽화 하나가 그려져 있어 올레를 걷는 이들에게 '월평갤러리'로 불린다. 벤치에 앉아 '올레꾼'들이 방향을 확인하고 버스도 기다린다. 모두 올레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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