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윤리 마케팅

안공혁 손해보험협회 회장

안공혁 손해보험협회 회장

몸의 건강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혈압과 혈당을 점검하듯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돼 있고 살기 좋은 곳인지를 알아보는 척도가 있다.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주택가의 소음정도와 녹지공간 비율, 그리고 각종 재해 사고율과 범죄율 등이 요즘 ‘삶의 질’이라고 말하는 것에 해당되는 요소들이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업들의 사회환원 문화이다. 건강한 사회일수록 도네이션(기부) 문화가 활성화되고 선진국일수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그리고 윤리성을 바탕으로 사회로부터 얻은 기업의 이익을 다시 환원해야 한다는 ‘윤리 마케팅’이 보편화되고 있다. 담배회사가 청소년의 흡연방지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주류회사가 과도한 음주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윤리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화장지를 파는 회사가 오래전부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라는 숲 보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여기에 최근 외국계 주류회사가 시민단체와 함께 술을 마신 후에는 절대로 운전대를 잡지 말자는 ‘쿨 드라이버’ 캠페인을 벌인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업이 만들어낸 제품으로 인한 부작용을 원인제공자인 기업이 나서서 치유해보겠다는 의식이 배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이러한 사회환원 문화는 많은 부분이 외국계 대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중 취약한 부분이 교통사고 분야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다. 아직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교통 후진국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1년에 웬만한 중소도시의 인구가 죽거나 장해자가 되는 국가재난 분야에 대해 역량 있는 기업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현주소를 나타내주기에 충분하다. 자동차가 비행기를 따라잡는 장면을 TV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외국 같으면 이미 자동차회사의 중점 캠페인으로 자리잡았어야 할 교통안전 분야가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과속을 부추기는 광고로 반영되고 있는 것은 분명 답답한 일이다. 차제에 우리 자동차회사들도 교통사고 예방에 기금을 출연해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섬으로써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문화에 획기적 계기를 마련해주기를 기대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들이 앞 다퉈 사회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는 씨를 곳곳에 뿌려놓는다면 겨울이 지나 봄이 올 때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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