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5일] 中企가 침묵하는 이유

"보복이 두려워 단가협상 요구도 못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협동조합이 협상을 요구한다고 해서 실효성이 있다고 봅니까?" 국회 국정감사가 개막된 4일 지식경제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감에서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9ㆍ29 동반성장대책'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올랐다. 일부 의원들은 강제성이 없거나 형식적 보완에 그쳐 생색내기용 대책일 뿐이라며 정책의 실효성을 문제 삼고 나서기도 했다. 나름 고심 끝에 대책을 내놓은 정부 입장에서는 섭섭할 만도 하지만 현장에서 중소기업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지적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대책 발표를 앞두고 관계기관과 함께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사례를 수집했지만 신고사례가 10여건에 머물러 실무자들이 곤혹을 치렀다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도와주겠다고 발벗고 나섰지만 행여 대기업으로부터 거래 단절 등 보복조치가 두려워 중소기업들이 쉽게 나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거래 대기업으로부터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압박이나 기술 유출을 빈번히 경험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마땅히 하소연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몇 해 전 대기업과 특허권 분쟁에 휘말려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에 기술침탈을 당해도 뒷감당이 두려워 그냥 참는 것이 우리 중소기업들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대ㆍ중기 상생대책은 그간 중소기업들의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반영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납품단가 협상이든 기술탈취 분쟁 해결이든 결국 '을'의 입장인 개별 중소기업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오는 12월 각계 대표로 구성된 동반성장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모든 일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위원회가 중소기업의 뼈 아픈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대안을 마련해 올바른 상생문화가 움틀 수 있는 기반을 다져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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