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현충일과 창업정신

호국 보훈의 달이다. 어려서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순국선열’이라는 단어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6월이면 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나라 전체가 엄숙해진다. 근엄하고 비통한 표정의 유력자들과 슬픔을 가슴에 담고 있는 일반인들의 발길이 국립묘지로 향한다. 애도의 물결이 동작동 국립묘지와 대전 현충원에 넘쳐난다. 원래 순국선열을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조의 의사와 열사를 뜻하는 말이다. 주로 우리나라의 국권을 빼앗은 일제의 침략에 맞서 국권을 되찾기 위해 싸우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가리킨다. 1939년 11월2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회 회의에서 처음으로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올해 11월이면 68회를 맞는다. 지난 50년 6ㆍ25 동란으로 40만명 이상의 국군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휴전 3년 후인 56년 4월, 정부는 국가를 위해 전란에서 희생된 자를 추모하기 위해 6월6일을 현충기념일로 지정했다. 75년 12월에 공식적으로 현충일로 개칭되면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선열의 넋을 기리는 추모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충일이 후손들에게 전하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나라 사랑과 희생정신이다. 무명의 선배들은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자리를 지켰다. 고귀한 희생을 하면서도 대가를 바라지도 않았다. 이러한 선배들의 현심(賢心)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창업시장에도 선배들의 현심이 새삼 필요한 시기다. 많은 예비창업자들은 성공을 예견하고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창업시장에 뛰어든다. 생존을 위해, 생계를 위해, 부업을 위해 등 그 목적도 다양하다. 그러나 창업 성공 확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성공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을 무엇일까. 많은 예비창업자들은 아이템의 차별화, 상권, 자금 등을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조건을 충족했다 하더라도 실패하는 경우는 많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나를 버리고 고객을 위한다는 희생정신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족을 제공하기 위한 창업자의 희생정신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감동과 만족이 미흡했다면 고객에게 외면당하기 쉽다. 결국 창업 실패를 불러온다. 불교사상에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이 있다. 교만한 자는 반드시 망한다는 구절이다. 이는 삼라만상에는 주기가 있어 반드시 흥망이 공존한다는 말이다. 창업시 도산을 염두에 두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 서구의 많은 경영자들은 도산을 염두에 두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업 경영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낙천적인 경향이 강하다. 특히 소기업 경영자나 자영업자는 주먹구구식 경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세기에는 이 방법이 먹혔을지 모르나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21세기에는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 창업에는 라이프 사이클이 있어서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상품만을 고집하다 보면 결국 도산하게 된다. 주력상품을 바꾼 기업을 보면 바꾸기 전후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 즉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곧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현재 잘 팔리는 상품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신상품을 개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경영에 임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기업의 숙명이다. 성공 창업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은 고객의 마음을 만족시켜 상품(메뉴 등)을 지속적으로 판매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고객을 위한 창업자의 희생정신이 밑바탕이 돼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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