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고지를 허용하는 작전

제8보(111∼131)


백14로 끼운 이 수가 이세돌이 준비한 응징의 한수였다. 다만 그 전에 치러둔 백12와 흑13의 교환은 프로답지 않은 실착이었다. “최소한 3집은 손해를 보았어. 세돌이가 흥분했던 모양이야.”(조훈현) 참고도1의 백1이 그냥 끼우는 것이 정착이었다. 흑은 4 이하 8로 두게 되는데 나중에 백이 A로 끊었을 때의 뒷맛이 실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것을 조훈현은 ‘최소한 3집’이라고 말한 것이다. 어찌 되었든 백20으로 좌상귀가 모두 백의 확정지가 되어서는 백승 무드로 바뀌었다. 흑23은 일종의 승부수였다. 정상적으로 두자면 참고도2의 흑1로 가야 한다. 그러나 백이 2 이하 6을 선수로 두고 백8, 10으로 중원을 점령하면 어차피 흑이 모자란다. 왕시는 일단 백에게 백30이라는 고지를 허용하고 나서 백진의 허점을 찔러간다는 작전을 세운 것이다. 흑31이 그 작전의 시동이었다. “꽤 괜찮은 작전입니다. 이 바둑은 아직 멀었어요. 싸움이 끝나 봐야 알아요.”(루이 9단) “변수가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백이 유망하게 된 건 사실입니다.”(조훈현) 왕시는 매우 끈질긴 기사였다. 그는 최후의 일각까지 저항했고 종국 무렵에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격변이 일어나게 된다. 중원의 흑대마 전체가 잡히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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