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보수적인 조직으로 소문난 한국은행이 세대교체의 닻을 올렸다. 나이 많은 고참 국장들을 내보내는 대신 기존 고참 국장보다 5년이나 입행이 늦은 국장을 임원에 발탁하고 핵심 자리의 연령을 대폭 낮추는 등 본격적인 물갈이에 들어갔다.
김중수 총재가 인사의 '변화'로 택한 만큼 늦어도 연내 나올 것으로 보이는 국제국을 포함한 조직개편의 폭에도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19일 단행한 집행간부 인사에서 공석 중이던 부총재보에 지난 1982년 한은에 발을 디딘 박원식(사진) 총무국장을 임명했다. 올해로 55세인 박 부총재보는 대전 출생으로 대전고를 거쳐 고려대 행정학과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은 상층부에서는 그리 많지 않은 '고대맨'으로 이성태 전 총재에 이어 4월 김 총재 취임 이후 두 달 동안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특히 이번에 물러난 기존 국장들이 1977(군 미필)~1980년 입행이고 더불어 1981년 입행 기수까지 뛰어넘은 점을 감안하면 한은 고위급의 물갈이에 신호탄을 쏘아올렸다고 해도 무방하다는 평이다.
여기에 금융연구원에 파견됐다가 국제국장에 발탁된 김종화 국장도 이제 51세로 기존 국장들보다 3~4년이 어리다.
1급 고참들이 자리했던 광주전남본부장과 포항본부장도 젊은 층으로 교체됐다. 지방으로 내려간 지 얼마 안 된 장택규 광주본부 기획조사실장을 본부장으로, 배재수 국제국 부국장을 포항본부장으로 각각 앉혔다. 이들은 기존 지역 본부장들의 평균 연배(55세)보다 4~5세나 젊다.
김 총재는 또 2급인 박하종 국고팀장을 국고증권실장으로 발탁하는 등 연령보다 능력으로 인사를 하겠다는 의중도 분명히 드러냈다. 실제로 이번 인사 대상자 중 상당수가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로 '가방끈이 긴 사람'에 대한 김 총재의 선호를 보여줬다.
한은은 이번 인사에 이어 오는 10월 조직개편에 관한 외부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의견수렴을 거쳐 국제국 등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