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3월9일] <1338> 가자미 전쟁


1995년 3월9일, 북대서양 그랜드뱅크 어장. 캐나다 순시정이 정선명령에 불응하고 그물을 끊은 채 도주하는 스페인 트롤 어선 ‘에스타이(Estai)호’의 뱃머리에 기관총탄을 퍼부었다. 에스타이호는 곧 나포되고 선원도 모조리 체포됐다. 발끈한 스페인은 군함을 내보냈다. 캐나다도 대응 전력을 모았다. 서방국가 간 일촉즉발의 사태까지 이르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가자미(Turbot)다. 가자미를 둘러싼 분쟁의 시발점은 대구(Cod)의 감소.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캐나다 정부가 1992년 발동한 ‘조업금지령’에 따라 대체 어종 발굴과 어획을 둘러싼 경쟁이 ‘에스타이호 사건’을 불렀다. 스페인 등 EU국가들이 요구한 어획쿼터 75%가 무시되고 14%만 할당됐다는 점도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캐나다의 나포 명분은 국내법(연안어업 보호법) 위반. 불성실한 조업 보고와 불법 어구를 사용한 치어와 금지어종 남획을 들었다. 스페인은 이를 ‘해적 행위’라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국제여론은 스페인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나포 지점이 공해상이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사건 직후 억류선원을 석방하고 선주에게 4만1,000달러를 피해보상했으나 승소를 자신한 스페인은 제소를 풀지 않았다. 결말은 어떻게 났을까. 예상을 뒤엎고 캐나다가 이겼다. 국제사법재판소는 1998년 12월 ‘이 분쟁에 대한 재판 관할권이 없다’고 판결, 캐나다의 손을 들어줬다. 뜻밖의 판결에는 인근 연안어업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자미전쟁이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점. 14년 전 사건이 발생했던 해역에서는 지금도 캐나다와 EU 어선 간 신경전이 끊이지 않는다. 북대서양 어업 분쟁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주목된다. 강한 이웃을 가진 국가가 또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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