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마잉주(馬英九)의 訪美

대만 국민당 주석인 마잉주(馬英九)가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국민당 주석 자격으로는 리덩휘(李登輝)의 지난 95년 6월 방미에 이어 두 번째다. 그의 이번 방미는 오는 4월18일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이 예정돼 있고, 최근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국가통일강령을 폐지하면서 ‘대만 독립’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2008년 대만 총통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마 주석은 이번 방미기간 로버트 졸릭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미국산 해군대잠초계기(P-3C) 구입문제를 포함한 양안관계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또 뉴욕ㆍ워싱턴ㆍLA를 순방하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비롯한 미국 정가의 인사들을 만나고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양안관계와 국제정세에 대해 강연한 뒤 28일 대만으로 돌아온다. 마 주석의 이번 방미는 여러모로 리 주석 때와 비교된다. 우선 국민당의 주석자격이라는 점이 같고 차기 대만 총통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미국을 찾았다는 것 역시 유사하다. 두 사람 모두 미국 측의 환대를 받았다는 점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두 국민당 주석을 둘러싼 양안관계의 기류는 천양지차다. 95년 리 주석의 방미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사면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관계가 급격하게 냉각됐던 것에 비하면 이번 마 주석의 방미는 이상하리만치 평온하다. 대만 출신인 리덩휘가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두 개의 중국’ 정책을 표방했던 반면, 대륙 출신인 마잉주는 양안관계의 현상유지를 강조하고 있는 데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마 주석은 최근 “평화(Peace)와 번영(Prosperity)이라는 양안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립(Confrontation), 화해(Conciliation), 협력(Cooperation)의 단계를 차례로 거쳐야 한다”는 이른바 ‘2P3C론’을 양안관계의 신모델로 제시하며 천수이볜의 ‘대만독립’ 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이냐 ‘두 개의 중국’이냐, 갈림길의 복판에 서 있는 대만의 해법은 고차방정식보다 더 복잡하게 꼬여 있다. 어떤 길이 대만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옳은지도 단언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슈퍼파워의 틈바구니에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하는 대만의 처지가 고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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