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구조조정, 누구의 책임인가

김상용 증권부 기자

여의도에 어김없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 통합이나 인수를 앞둔 일부 증권ㆍ투신사 직원들도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이 떠나가면서 약정은 줄고 큰 수익원인 IB(기업금융)은 외국계에 빼앗긴 증권사들은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 구조조정이라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강변한다. 일선 영업점에서의 약정은 줄어드는 반면 영업직원들의 수는 상대적으로 많아보이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외국계 증권사는 글로벌네트워크라는 특화된 무기로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정에만 의존하는 국내 증권사의 영업환경과 마인드로는 당해낼 방법이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증권가의 불황은 이미 수년 전부터 충분히 예상된 시나리오였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전문화된 기업금융 부문의 신설이나 제3국으로의 진출, 아시아시장에서의 전략적 제휴 등으로 특화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업계 종사자들의 한결같고 일관된 분석은 결국 인력구조조정이라는 메아리로 되돌아온 셈이다. 여의도의 인력구조조정은 IMF 이후 매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고 내년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원 찾기나 성장의 축을 계획하는 것에는 무관심해 보인다. 한계에 도달한 약정이나 상품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입에만 여전히 목을 매고 있다. 또 여전히 큰 장이 서면 나아질 것이라는 천수답식 경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새로운 CEO(최고경영자)가 선임될 때마다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차가운 바람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극약 처방인 인력감축 계획이 이제는 만병통치약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증권산업 자체가 위기에 처했지만 애꿎은 직원들만 책임을 지는 게 요즘 여의도의 현실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