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중개 수수료' 시행이 첫 번째 관문부터 벽에 부딪쳤다.
경기도 의회가 당초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만든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상한요율제' 대신 '고정요율제'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 요구 대신 중개업자들의 모임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5일 부동산 중개 수수료 인하 안을 담은 '경기도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심의, 당초 '상한 요율'이 아닌 '고정요율'로 수정 가결했다. 상한요율은 각 거래 금액 마다 중개 수수료 비율 최대치를 정해 놓고 그 이하에서 중개업자와 거래 당사자가 협의하는 반면 고정요율은 최대치를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로서는 제공되는 서비스에 관계없이 거래 금액에 따라 정해진 요율의 중개수수료를 모두 내야 하는 셈이다.
앞서 경기도는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개정안에 따라 주택 매매거래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구간 요율을 종전 0.9%에서 0.5% 이하로, 임대차거래 3억원 이상~6억원 미만 구간 요율을 0.8에서 0.4% 이하로 낮추는 조례 개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중개 업계에서 공인 중개사들의 최소한의 소득 보전과 수수료 협의 과정에서의 갈등 예방이 필요하다며 '~이하' 문구를 빼고 고정요율로 못 박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지속돼왔다.
결국 도의회는 이틀에 걸친 심의 끝에 중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최고금액 구간인 9억원 이상 매매와 6억원 이상 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고정요율로 바뀌게 됐다. 만약 전세금 3억원 짜리 아파트를 재계약할 경우 중개인의 역할이 신규 계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협의의 여지 없이 계약자는 0.4%인 120만원을 그대로 지불해야 되는 셈이다. 수정 조례안은 오는 11일 열리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도의회의 결정에 대해 당장 경기도와 소비자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 역시는 본회의에서 수정 조례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재의를 요구하고 도의회가 재의결까지 한다면 대법원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하대성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중개수수료가 고정율이 되면서 협상 여지가 없어진 만큼 저소득층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소비자권익침해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반값 중개 수수료'가 무산되면서 오는 26일 회기를 시작하는 서울시에도 더 큰 관심이 쏠리게 됐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주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큰 만큼 서울시까지 고정요율을 선택하게 되면 정부가 추진한 반값 중개수수료 개편안도 상당 부분 훼손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서울시와 시민단체들이 내부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상한요율제를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하지만 서울시의 상황도 만만치 않아 계속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중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지난해부터 첨예하고 맞서고 있어 회기가 시작될 때까지는 상황을 살펴보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