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전업체 한일월드가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자사 렌탈 고객을 대상으로 지급하던 렌트비 입금을 중단한 데다 지난달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영재 한일월드 대표는 회사 자산 등을 매각해서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영재(사진) 한일월드 대표는 24일 서울경제기자와 만나 "렌털 회사이다 보니 매출채권을 담보로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데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기면서 현 사태가 일어났다"며 "회사 자산을 매각하거나 매출채권 할인으로 미리 자금을 조달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앞선 21일 이영재 한일월드 대표는 자사 고객과 직원들 200여명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일월드는 지난해 5월부터 'VIP체험 프로그램' 을 실시하며 4년간 운동기를 렌털해서 쓰면 렌트비를 대납해주고 4년 후 소유권을 넘기겠다고 밝혔다. 월 19만8,000원씩 발생하는 할부금을 회사에서 이벤트 참가자 통장에 입금하고 BNK캐피털 업체가 이를 출금해가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문제는 한일월드가 지난달 렌트비 입금을 중단했고 BNK캐피탈은 원래 계약대로 고객 계좌에서 출금을 실시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지난달 회사 직원들의 월급도 지급하지 않았고 이 대표가 사태 초기에 잠적했다는 소문도 퍼지면서 유동성 위기설에 불을 지폈다. 한일월드가 당장 고객들에게 물어줘야 할 렌트비와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급여는 각각 2억5,000만원, 26억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서둘러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VIP체험 고객들을 대상으로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제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고객과 캐피탈 업체 사이엔 채권·채무관계가 없다"며 "출금된 돈도 상환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자산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이후 구조조정 등 슬림화 과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 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