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질 피랍사태 장기화] 잇단 육성공개 왜?

가족등 동요노린 탈레반의 심리전<br>피랍자 가족 "육성공개 반응 않겠다"

“가족들과 국민을 동요시키려는 탈레반 측의 심리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30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돼 억류상태에 있는 임현주(32)ㆍ유정화(39)ㆍ이지영(36)씨 등 여성 피랍자들의 육성이 최근 잇따라 외신과 국내 언론에 공개되는 것과 관련, 이같이 말한 뒤 “감시를 받는 인질들이 탈레반 측이 시키는 대로 하는 얘기를 시시콜콜 보도하는 것은 협상에 조금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피랍자 육성 공개가) 탈레반 통제 아래 펼쳐지는 심리전이 분명하다”며 “보도에 보다 신중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탈레반 측이 전화통화나 육성 공개를 허용한 대부분 피랍자의 발언내용은 절박한 억류상황과 위험을 강조하면서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육성 내용이 피랍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명이라기보다 탈레반 측 의도를 전달하는 수단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육성 공개는 교착상태에 빠진 피랍자 석방 교섭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탈레반 측 심리전의 일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탈레반 측이 피랍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써 가족과 우리 국민의 초조감과 동정심을 부추겨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언론의 피랍자 육성 공개가 석방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랍자 가족모임의 차성민(30) 대표는 “피랍자들의 목숨이 거래되는 기분이 들고 가족들 모두 힘들어 하고 있다”며 “납치세력의 전략에 휘말릴 수 있으므로 육성 공개에 반응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육성녹음이나 직접 전화 인터뷰 기회를 제공하는 대가로 탈레반 측이 언론사들로부터 받아 챙기는 돈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실제로 KBS는 미국 CBS가 육성을 공개하자 “우리도 녹음내용을 2만달러에 사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탈레반 측의 심리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이를 거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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