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난투 속으로

제2보(15∼24)



이 장면에서 흑15로 걸쳐간 창하오의 착점에서는 준비된 작전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즉흥적인 발상 같지는 않다. 이세돌을 상대로 맞이한 터에 즉흥이라니. 그건 말도 안된다. 평소에 연구회 같은 곳에서 여러 시간 공동 연구를 거친 수일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백의 응수가 아주 조심스럽다. 참고도1의 백1로 평범하게 받으면 흑은 2를 선수로 두고 4로 모양을 갖출 것이 너무도 뻔하다. 그 코스는 백의 불만일 것이다. 그렇다면 협공을 해야 하는데 협공하면 흑은 무조건 좌상귀의 삼삼을 점령하고 볼 것이다. 귀를 내주고 상변에 백이 과연 어느 정도의 집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게 아주 불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흑15에 대한 즉각적인 응수는 보류할 수밖에…. 이세돌은 백16으로 즉시 움직이는 길을 택했다. "창하오가 작심을 했군요. 제1국을 완패하고서 자존심이 상한 겁니다.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리라고 결심을 한 겁니다. 세계 타이틀을 다투는 마당인데 펀치력에서 밀린다면 혹시 이기더라도 진정한 승리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겠지요."(윤현석) 이세돌도 그것을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난투 속으로 몸을 던져 주기로 했다. 그것이 백16의 움직임이었다. 흑21로 빳빳하게 뻗은 자세가 힘차다. 한눈에 보아도 이 전투는 흑이 불리한 것 같지는 않다. 여기서 이세돌은 7분을 썼다. "망설이고 있군요."(김만수) 참고도2의 백1로 붙일까를 망설이는 것이다. 그것이면 흑은 2로 쳐들어갈 것이다. 대략 흑10까지가 예상되는데 어쩐지 흑이 활발해 보인다. 이세돌은 22, 24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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