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동지역의 전쟁 후 복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세계 기업들의 경쟁이 예고돼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 유수 그룹들은 전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대응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최대 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전후 황금 시장의 틈새를 뚫기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현지 정부 및 민간 실세들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전기전자ㆍ기계류 최대 수혜 예상= KOTRA가 내놓은 `중동수출 전쟁이 기회`라는 보고서를 보면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우리 중동수출은 전쟁이 진행된 1∼2월에는 월간 10∼20%가량 감소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증가, 연간으로는 26.4% 늘었다. 특히 전후 6∼7개월 뒤인 8ㆍ9월에는 40%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고, 10∼11월에는 증가율이 93.8%에 달했다. 품목별로는 기계(116.1%)와 전자ㆍ전기(39.3%) 제품들의 수출 증가가 단연 눈에 띄었다. 모포와 무기류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KOTRA는 이번에도 이들 제품군과 함께 방독면이나 보안시스템, 위성방송 수신기, 플랜트 등의 수출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의 경우 우리나라의 중동국가 총 수출은 자동차ㆍ직물ㆍ휴대폰ㆍ위성방송수신기 등을 포함해 총 75억달러. 자동차는 지난해 12억달러, 휴대폰은 7억8,000만달러를 수출하며 대중동 수출품목 1ㆍ2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규식 KOTRA 중동ㆍ아프리카 지역본부장은 “중동지역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고급브랜드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라크전 이후 자동차ㆍ휴대폰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룹들, 전후 시장 잡기 위한 물밑 작업 돌입= 지난해 중동에 9만5,000대(CKD포함)를 판 현대자동차는 전쟁 이후 중동지역에 외화가 본격적으로 들어갈 경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사전 대비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중동 현지의 정부 및 민간 실세들과의 핫라인을 구축해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며 “30년 넘게 장사해온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홈씨어터와 휴대폰 등 통신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현지 바이어와의 네트워크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걸프전 당시에도 친지 안부를 확인하고 피난처 긴급통신을 위해 휴대폰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종전 즉시 브랜드 이미지 구축 등에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도 전후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에 화물 노선을 갖지 않고 있는 대한항공은 전후복구 상황에서 화물수요가 급증할 경우 특별전세기를 편성할 예정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 지난해 11월 이라크에서 개최된 바그다드국제박람회(BIF)에는 전운에도, 1,200여개 업체가 참가하는 성황을 이뤘다. KOTRA는 “시장 선점을 위한 외국 기업들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다국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중동 진출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걸프전 직후 미국은 전쟁복구 사업의 70%를 독식했으며 유럽 연합국은 건설부문에서 나머지 30%를 나눠 가진 반면, 우리는 건설부문에서 단 한 건의 공사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민관합동의 체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효 KOTRA북미지역 본부장은 “미국과 UN을 통해 이라크 재건계획에 우리나라 기업이 최대한 포함될 수 있도록 외교 채널을 총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이라크전에 유럽 국가로는 영국만 참전, 오일달러를 벌어들일 절호의 기회로 분석된다.
<김영기,한동수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