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8(금) 17:44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우리나라는 어느 부문 할 것 없이 움츠러들기는 매 한가지지만 특히 지가(地價)하락에 따른 토지자산 감소는 심각할 정도다. 그동안 땅값이 너무 올랐다는 점에서 대폭 떨어진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급속한 하락은 금융경색현상을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IMF 충격에 따른 자산디플레이션 현상과 대책」이라는 보고서에서 IMF체제이후 토지자산 감소액이 총 2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 97년 국내총생산(GDP)의 59% 수준이다. 또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해 5월부터 올 7월말까지 공중으로 날아간 주식 값(시가총액)은 66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이후 지금까지 주가는 54.6%, 땅값은 20%, 주택가격은 11.8%가 각각 떨어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땅값은 거품경제속에서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왔다. 일본과 똑같은 패턴이다. 일본은 지난 91년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경기침체로 땅값이 평균 50%대 이상 떨어졌다. 이로인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 기업부동산의 매물증대, 기업가치 하락 등으로 금융자산(주식)및 실물자산(토지·주택)가격도 함께 떨어졌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그대로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자산 디플레 현상은 거품을 없애고 효율적인 자산시장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단기간내, 급속한 하락은 일본처럼 금융기관·기업의 재무구조 부실화를 가속화시켜 결국은 금융경색 심화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는 50조원대의 매물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덩치가 큰 것은 거의가 다 기업매물이다. 성업공사에서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나온 기업매물은 우선순위로 매입하고 있지만 이미 재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팔리지 않은 부동산은 값이 더 떨어지게 마련이다.
자산 디플레현상을 놓고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IMF이후 자산가격의 급락으로 거품이 모두 해소돼 더 이상의 폭락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반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론도 있다. 어느 쪽이든지간에 부실채권 증가와 부동산매물 증대로 경기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자산가격의 상승만을 위한 정책보다는 원활한 구조조정과 실물경제회복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금융산업의 체질강화와 금융관행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현재 추진중인 은행의 구조개혁이 과감,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