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2월 11일] 일등기업의 함정

SetSectionName(); [목요일 아침에/2월 11일] 일등기업의 함정 박 시 룡 (논설실장) srpark@sed.co.kr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의 고통이 절정에 달한 지난 1977년 11월 당시 일본의 2대 증권사였던 야마이치증권이 파산해 큰 화제거리가 된 적이 있다. 최대 증권사의 파산에 따른 충격도 컸지만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직원들은 아무 책임이 없으니 채용해달라'는 노자와 쇼헤이 사장의 눈물 섞인 호소가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기업인지 조폭인지 모르겠다'는 일부 서방세계의 비아냥도 있었지만 파산의 책임을 전적으로 자신에게 돌리고 끝까지 아랫사람을 챙기는 일본 특유의 보스 문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다. 자만·은폐가 재앙의 불씨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이 망한 다음 최고경영자(CEO)가 흘리는 눈물과 읍소가 아니라 100년 역사의 거대 기업이 어쩌다 파산에까지 이르게 됐느냐이다. 비극의 불씨는 바로 작은 부실의 은폐에서 시작됐다. 처음부터 부실을 드러내고 대책을 세웠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을 쉬쉬하다 결국 수습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같은 부실을 안고 있었으나 초기에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함으로써 파산을 면한 다이와증권과 비교되기도 했다. 1960년대 초 맞은 위기를 보도통제까지 동원한 대장성의 지원으로 살아났던 경험이 대마불사라는 믿음을 키우고 자발적 위기관리 능력을 약화시켰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무려 1천만대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리콜로 위기에 빠진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 도요타 사태도 비슷한 데가 있어 보인다. 최고경영진들이 고개 숙이며 사죄하는 특유의 기업문화도 그렇지만 도요타가 맞은 위기의 도화선 역시 문제의 은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가속페달 결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요타는 이를 소비자의 운전미숙 탓으로 돌려 무시하거나 은폐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요타의 경영 시스템과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소비자 불만이 과연 의도적으로 은폐됐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그러나 미국 교통당국이 오래전부터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인명사고까지 발생하자 마지못해 CEO들이 결함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모습으로 미뤄 전혀 몰랐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계 최강 일본제조업의 상징이자 품질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도요타가 다름 아닌 품질 문제로 위기에 내몰린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왜 도요타가 그런 치명적 실책을 범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GM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선 후 더 이상 따라잡을 대상이 없어진 데서 오는 해이, 오랜 기간 세계 최고로 인정받아온 첨단 생산기법과 완벽한 품질관리라는 내부 시스템을 과신한 나머지 알게 모르게 생겨난 자만에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또 도요타가 1990년대 이후 고가브랜드 렉서스 개발에 역점을 뒀으나 글로벌 경제위기로 판매 부진을 겪게 된 반면 중국ㆍ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저가 모델은 취약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시 말해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에 실패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부품조달 및 품질관리 체계를 바꾼 점이 화근이 됐다는 것이다. 한국차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도 있었다. 고객중시 현장경영이 생명 정확한 내용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제를 일찍 시인하고 손을 썼다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재앙의 불씨는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서비스 부문에서 처음 볼드리지상을 받은 페더럴익스프레스사의 경영원칙 가운데 '1.10.100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불량이 생기면 즉시 고치는 데 1의 비용이 들지만 이를 숨기고 불량이 그대로 회사 문 밖을 나가게 되면 10배의 비용이 필요하며 불량품이 고객 손에 들어가 클레임으로 들어오면100배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우리 속담과 같은 내용이다. 도요타 사태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외부 경쟁자보다 더 무서운 적은 기업 내부에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일등 자리에 올랐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함정은 바로 현장과 고객을 무시하는 자만이다.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말로는 고객만족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현장과 고객의 소리에는 담쌓고 현란한 경영기법이나 달달 외우고 몇 가지 경영지표나 점검하는 책상물림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나와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 고객에게 엉덩이를 내미는 직원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한 잭 웰치의 현장과 고객 중시 경영철학이 새삼 돋보인다. [도요타 쇼크! 日 신화 붕괴 어디까지…] 핫이슈 전체보기 [이런일도… 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 전체보기│ [실전재테크 지상상담 Q&A] 전체보기 [궁금하세요? 부동산·재개발 Q&A] 전체보기│ [알쏭달쏭 재개발투자 Q&A] 전체보기 [증시 대박? 곽중보의 기술적 분석] 전체보기│ [전문가의 조언, 생생 재테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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