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도국 지위유지 '발등의 불'

[뉴라운드 이제 시작이다]기로에 선 농수산업"우리와 생각을 같이하는 원군이 많지 않아 상당한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 카타르 도하의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에 참석했던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협상과정의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우리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나라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뉴라운드 출범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농수산업은 지금 안과 밖의 도전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뉴라운드 후속협상의 파도는 거세고 높기만 한데 우리 농수산업의 경쟁력은 허약하고 게다가 강화방안도 신통치 않은 까닭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뉴라운드의 출범으로 농산물분야에서 연간 6억6,6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 농수산업이 사느냐 죽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의 앞으로 대응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는 2004년 말까지로 예정된 후속협상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업협상에서 우선 급한 것은 2003년 3월 말까지 제출하게 돼 있는 관세와 보조금 감축에 대한 세부원칙(Modality)을 정하는 일이다. 카타르 각료선언문에서 '협상결과를 예단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기는 했지만 관세와 보조금의 '실질적 감축'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큰 폭의 농산물 추가개방이 불가피해졌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는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아 관세율 감축폭이 10년간 평균 24%로 선진국(6년간 36%)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뉴라운드에서는 감축폭이 이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평균 관세율이 12%이고 유럽연합이 19.5%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67%(2004년에는 62%) 수준인 우리나라의 농산물 관세율은 협상이 타결되는 2005년 이후에는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관건은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다. 농림부는 일부 농산물 수출국에서 이의를 제기하고는 있지만 일단 개도국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관세와 보조금의 감축폭을 최소화하는 데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고비를 넘는다고 해서 문제가 다 끝나는 것은 아니다. 관세와 보조금의 감축폭이 정해지면 2003년 말로 예정된 제5차 각료회의 전까지 각국은 품목별로 이행계획서(Country Schedule)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이해국가별로 치열한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정부는 동조세력을 가능한 한 많이 규합한다는 복안이지만 이번 카타르 회의에서 일본이 막판에 우리에게 등을 돌린 데서도 보듯 원군이 그리 많지 않다. 수산분야에서는 연간 4,300억원에 달하는 면세유와 1,870억원 규모의 어업경영자금 등 보조금 폐지가 불가피해 영세한 수산업계와 어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게다가 현재 18%선인 수산물의 관세율이 대폭 하락하게 되면 중국 등으로부터 값싼 수산물이 홍수처럼 밀려올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는 이에 대비, 수산보조금과 어선에 대한 면세유 지원을 점차 간접보조금 형태로 바꿔 외국과의 마찰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어선 감척사업 등 어업구조조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어업인과 학자ㆍ전문기관ㆍ정부대표로 '뉴라운드 수산분야 협상대책단'을 구성해 협상대상 보조금의 종류, 감축규모 및 시기, 관세인하 방법 등 단계별 대응전략을 수립,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협상결과에 따라 국내 농업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국제협상에 대비해 국내 실정에 맞는 정책을 실시한 후 이것이 WTO에서 허용되도록 앞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농산물 생산과 지역사회 유지, 환경보호, 고용유지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는 농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수매 같은 가격지지정책을 줄이고 대신 직접지불제 같은 WTO가 허용하는 소득지지정책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직불제에 필요한 재원충당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쉽게 풀기 힘든 난제다. 윤종열기자 오철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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